메모노트 66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

메모노트 2013.04.30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사르트르)를 읽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저자장 폴 사르트르 지음출판사이학사 | 2008-01-31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1945년 당시의 시대적 화두, 휴머니즘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는 사르트르가 1945년 10월 29일 파리에서 실존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한 강연을 기록한 책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의 본령을 담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더라도, 나와 같이 실존주의 철학에 무지하거나 그 말이 주는 뜬구름식의 느낌만을 가진 사람에게는 실존주의를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주체성'과 '자유'를 강조한다는 점, '기투'와 '선택' 속에서 '책임'을 이야기했다라는 점은 인상 깊다. 실존은 ..

메모노트 2013.04.22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원제 : 남신의주(南新義州) 유동(柳洞) 박시봉방(朴時逢方)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

메모노트 2013.04.17

도토리 두 알(박노해)

도토리 두 알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헨리 데이빗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에게서 따옴.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 교직원회의에서 ..

메모노트 2013.04.17

03. 비전은 가르칠 수 있다.

비전은 가르칠 수 있다. -월터 카우프만의 (동녘, 2011)를 읽고.(3) 책의 후반부에서 '비전은 가르칠 수 있다'라는 다소 짧은 글은 이 책을 마무리하는 글로 충분할 만큼 의미심장하다. 인문학은 인간적인 태도와 인류라는 두 가지 점에서 인간에게 진정으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반드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인류가 반드시 끝까지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만일 인문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며, 인류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322쪽) 대학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집안의 부유함을 바탕으로 하던 '찻잔의 시대'에는 교양인이 되는 일은 남보다 우월한 사람이 되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학교육의 혜택이 보편화되기 시작하였고 러시아의 스푸트..

메모노트 2013.02.01

02. 고전(the classic)에 대한 독서법

고전(the classic)에 대한 독서법- 월터 카우프만의 (동녘, 2011)를 읽고.(2) 고전이란 '한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저서나 시'를 의미한다. (115쪽) 1. 성서 해석적 독서 '우리는 모르지만 그는 알고 있다.'는 식의 독서. 읽고 있는 텍스트에 권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부여한다. 하지만 성서 해석적 독서는 '자기-기만'에 빠질 수 있다. 성서 해석적 독서가는 자신이 텍스트에 권위를 부여한 후에, 그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읽어내고 다시 이 생각에 권위를 부여한다는 것을 거의 깨닫지 못한다. (123쪽) 저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만을 문제 삼고, 저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126쪽) 지극히 자의적...... 동일..

메모노트 2013.02.01

01. 실천 대안은 '소크라테스'적인 것(<인문학의 미래>)

우리 시대의 실천 대안은 '소크라테스'적인 것이다. - 월터 카우프만의 (동녘, 2011)를 읽고.(1) '왜 인문학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라는 부재가 이 책을 사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인문학 독서법으로 변증법적 독서를 권장한다. 변증법적 독서의 첫 번째 요소는 '소크라테스적' 요소이다. 소크라테스는 비전과 비판정신을 모두 갖춘 통찰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문적 권위나 학제의 틀에 갖혀 엄격함만을 내세우는 사변가도 아니다. 기존의 권위나 지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과 비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소크라테스이다. 소크라테스적 유형은 소위 '비평가'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었으니, 나 역시 변증법적 또는 소크라테스적인 독서와 그 후기를 써야 할 것만 같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능력이 안 된다. 이럴..

메모노트 2013.02.01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조벽 교수)를 읽고

조벽, 를 읽고 오랜만에 동료 선생님들과 책읽기 모임을 가졌다. 2013년 처음 읽게 된 책이자, 독서 모임의 첫 책은 조벽 교수님의 이다.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면, 교육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에 대한 철학과 인식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만 급급하던 것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화두로 생각의 흐름을 되돌렸다고 하면 될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자꾸 머리 속에서는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라는 질문과 조바심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흔히 교사들이 하기 쉬운 말인,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말로는 그런 말을 못합니까. 현실이 그걸 실현하기 어려운 거지.'라..

메모노트 2013.01.28

티핑포인트

티핑포인트 [ tipping point ] http://goo.gl/ID85P어떤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마치 전염되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을 가리킴 어떤 것이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티핑포인트가 이뤄지는 데는 소수의 법칙, 고착성의 법칙, 상황의 힘 법칙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소수의 법칙은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해 전파가 이뤄진다는 내용이며, 고착성의 법칙은 소리의 속도가 전해지는 메시지가 흡인력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착돼야 행동을 변하게 한다는 법칙이다. 또 상황의 힘 법칙은 주변의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잘 전파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관련 글 쏠림현상 http://goo.gl/WhIuM경향/ 희망의 재구성 http://goo.g..

메모노트 2013.01.07

'가르친다는 것'(윌리엄 에어스) (1)

윌리엄 에어스, '가르친다는 것'을 읽으며... 가르치는 일의 허상 12가지 1.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하 첫 번째 필수 단계는 교실을 잘 통제하는 것이다. 2. 교사들은 교육대학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운다. 3. 좋은 선생님은 재미있다.4. 좋은 선생님은 교육 내용에 대해 다 안다. 5. 좋은 선생님은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시작해 그걸 강화하는 좋은 방법을 찾는다. 6. 좋은 선생님은 좋은 연기자다. 7. 좋은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대한다. 8. 오늘날 학생들은 예전 아이들과 다르다. 9. 좋은 교육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10. 좋은 선생님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안다. 11. 모든 아이들은 평균 이상이다. 12. 오늘날 아이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형편없다. 가르치는 일..

메모노트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