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72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을까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을까? Ein Schaf fuers Leben/Schaap met Laarsjes(2002) 글ㅣ마리트겐 마터/ 그림ㅣ앙케 파우스트 / 유혜자 옮김, 꿈터, 2005 늑대와 양의 이야기인데요, 등장인물에서부터 먹고 먹히는 관계가 깔려있죠. 양을 잡아먹으려는 늑대와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양이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관계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늑대가 자신의 먹이라고만 생각했던 양을 추억과 우정을 나누는 존재로 여기게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늑대는 양을 잡아먹기 위해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거죠. 하지만 그것이 결국 둘이서 추억을 쌓는 여행을 하게 만들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추억'이 됩니다. ..

메모노트 2021.12.05

'마지막 거인'(프랑수아 플라스)

어린이도서관에서 빌린 책 (프랑수아 플라스, 윤정임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2)을 읽었다. 저자는 12~13세 청소년을 위해 이 책을 썼으나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 꽤나 묵직한 주제와 말투로 쓰인 책이라 저학년 어린이보다는 고학년 어린이가 읽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나처럼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책이 남기는 생각과 감정의 여운을 좋아한다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우연하게 얻은 거인의 이(치아)가 계기가 되어 주인공은 거인족의 나라를 찾아나선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도달한 거인족의 나라에서 그는 거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한동안 아홉 명의 거인들과 함께 살아간다. 거인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들은 ..

메모노트 2021.11.19

68. 플랜더스의 개(2ver.)

::플랜더스의 개_2014(듣기)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셰', '파트라슈'.... 이름이 다르게들 책이 나온다. (뭐, 외국어를 그대로 한글로 옮기는 거니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진서가 좋아하는 동화책 중에 하나는 '플랜더스의 개'다. 진서는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 그러니깐 네로와 파트라셰가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꼭 눈물을 흘리곤 한다. 더 어릴 때에는 슬픈 감정이 터져 나와 결국 소리내어 울기도 했는데, 지금은 말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리고 그렇게 울고 있는 자기가 부끄러운지 이불 속으로 숨어버린다. 이 책이 왜 좋냐고 물으면, 진서는 "그냥 재밌고 슬프잖아."라고 대답한다. 읽고도 슬픈데 그게 책을 읽는, 이야기를 읽는 이유가 된다는 걸 느끼고 있는 걸 거다. 감동..

66. 동생이 뚝 태어났어

::동생이 뚝 태어났어(듣기) 아이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예전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거에 대해 속상해하고, 그래서 동생을 미워하기 쉽다. 그리고 항상 '너는 오빠(형)잖아.', '니가 오빠(형)니깐 어린 동생에게 양보해야지.'라는 말을 듣곤 한다. '오빠', '형', '양보', '돌봄'이란 말이 그래도 어린 아이에겐 공평하지도 않고 자기 사랑을 빼앗긴 상황에서 듣는 싫은 말들이 되어버린다. 진서도 어느날 참다 참다 울음을 터트린 날이 있었다. 울면서, 소리치면서 이러더라. "왜 나는 맨날 연우한테 양보해야 하는데!" 배려, 양보, 돌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는 미덕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나와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실천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자기보다 훨씬 어리고 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