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37

<논쟁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마구독서

논쟁 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2018 DKG 교육저술상 수상, 2017 미국교육협회(AESA) 비평가 선정작. 배려와 돌봄에 주목한 대표적인 여성주의 학자이자 존 듀이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인 교육철학자로 알려진 넬 나딩스와 그녀의 딸 www.aladin.co.kr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거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지식, 가치, 현실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비판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의 목적이 '인간다운 삶'이라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분명 비판적 사고력이다. 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과 경험을 기르고 스스..

메모노트 2021.12.06

너는 바다고 길이다.

정호승 시인의 '무인등대'를 읽다 바다에도 길이 있다. 배가 가는 길이 바닷길이 되기도 하고, 바다 위로 쏟아지는 달빛이 바닷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등대는 그 바닷길을 비춰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야 어떻게 똑같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사는 방식도 다르고 살아가는 이유도 다르듯 사람마다 걸어가는 길은 넓은 바다의 정해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바닷길처럼 무수히 많을 수 있다. 그렇기에 바닷길을 비춰주는 등대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 내 인생의 롤모델인 사람이 등대이기도 하고, 내가 꿈꾸는 삶의 목표가 등대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등대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 자신이 누군가의 등대가 되기도 하겠지. 하지만 내 삶을 살아가는 건 결국 '나'이지, 내가 등대로 여기는 사람이 내 삶을 살아주는 건..

메모노트 2014.04.03

매일 한 편의 시라도...

매일 한 편의 시라도 읽기로 결심했다. 시집을 읽다보면 하루에도 열 편도 넘게 읽을 수 있지만, 매일 시집을 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도 그 유명한 시인의 시집 한 권 사지 않고 문제집 속에 선별된 시들만 읽어대는, 그리고 그걸 쪼개고 나누고 흩어놓는 식으로 가르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그래서 매일 시 한 편은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두 권을 사서 읽고 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시집 을 읽으며 단상이라고 적을 요량으로 이 글을 쓴다. 이슬의 꿈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 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이슬은 햇살과 한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슬이 햇살과 한몸이 된 것을 사람들은 이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나는 한..

메모노트 2014.04.03

그 샘(함민복)

그 샘 -함민복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3학년 올기에게 빌려주었던 함민복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을 몇 달이 지나서야 돌려받았다. 그간 이 시집을 내가 샀던가 싶게 잊고 있었던 터라, 마치 선..

메모노트 2014.03.17

'책을 읽다' 마지막 시간 140218

'책을 읽다' 마지막 시간. 오늘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을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 모임을 넛지살롱에서 가졌다. 번역도 어렵고 내용도 쉽지 않은데, 열심히들 읽어 온 모두 수고 많았다. 늘 그렇지만, 아이들과의 모임 덕분에 나 역시 책을 열심히, 평소보다 많이, 그리고 꾸준히 읽었던 것 같아 고맙다. 책을 읽는 일은 분명 인생을 살찌우고 생각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그래서 삶이 어떻고 세상이 어떤 모습이고, 그러하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1년동안 참 많이도 읽었다. 1학기 -나이젤 워버턴, '철학의 주요문제에 대한 논쟁'(최희복 역, 간디서원, 1997)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박홍규 역, 문예출판사, 2009) (여름방학) -프란츠 카프카, '변신' 2학기..

메모노트 2014.02.18

늙어가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신경림의 『사진관집 이층』을 읽고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창비, 2014)을 읽다. 사진관집이층신경림시집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시 지은이 신경림 (창비, 2014년) 상세보기 아이들을 가르치며 문제집에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 ‘갈대’, ‘농무’만을 읽어댔던 내가 서점에서 우연하면서도 반갑게 집어든 시집이 (2014)이었다. 신경림 시인이 1935년생이니, 올해로 80세를 맞으신 거다. 그간 신경림 선생은 숱한 시들을 썼을 거고, 시를 가르치는 나에겐 그중에서 잘 알고 가르친 시라곤 앞의 세 편이 전부였다. 신경림 시인의 시집 한 권조차 없었던 걸 생각하면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시집을 산 날, 아이들과 아내가 곤히 잠들어있던 이른 새벽 이 시집을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정성껏 읽었다. 마지막 시를 읽고 ..

메모노트 2014.02.04

2학기 인문고전 독서반 마지막 모임

1학기에 이어 인문고전 독서반 2학기 마지막 모임. 마지막에 읽은 책은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 2002). 이 책은 몇 년전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아침시간에 짬짬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그때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모두 녹음이 되어 팟캐스트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모임에서는 종로의 세미나실을 빌려 3시간 가까이 토론까지 벌였고, 그때 아이들과도 꼭 한번 읽고 싶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일이 이루어졌다. 인문고전 독서반 2학기 모임을 마치는 자리라 학교를 벗어나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찾다가 정동길에 새로 자리를 잡은 '넛지살롱'을 찾았다. 페북을 통해 알게 된 곳으로, 까페라기보다는 책과 사람과 커피가 함께 있는 인문공간이라고..

메모노트 2013.11.29

10월~11월 독서, 2013

인디고 연구소, 지젝은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진주의적 철학자로, 그의 책은 난해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평이 나 있다. 그러한 평가 자체가 그의 책을 사서 읽기 어렵게 만들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터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의 사상 자체에 대한 각론 수준의 내용이라 생각보다 읽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책이다. 왠지 다가갈 수 없는 사람에게 다가간 느낌. 책의 내용은 공동선에 대한 추구와 희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어렵지 않은 표현들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생각의 틀이 조금씩 비틀려 열리는 느낌을 주어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다. 아이들하고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지젝, 오래 전에 사 두었지만 책꽂이에서 책 제목만 수십 번 바라봤던 책..

메모노트 2013.11.26

'자유'란 주제로 함께 읽기

인문고전반에서 읽은 책 중에서, 존 스튜어트 밀 라 보에티 조지 오웰 , 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모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으로, 고전으로 불리는 것에 비하면 내용이 반복되는 면이 있고 그 주제만 잘 파악하면 고등학생이 읽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자유'란 가치에 대해 원론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은 18세의 나이로 라 보에티가 절대군주의 폭정이 가능한 이유를 민중들의 노예근성 또는 자발적 복종을 언급한 점에서 '자유'의 억압이 외부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자유'의 가치를 망각하게 된 민중들 내부에 그 이유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군주의 술책이 어떻게 민중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

메모노트 2013.11.26

'자발적 복종'과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같이 읽기

,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박설호 역, 울력, 2009 , 인디고 연구소, 궁리, 2013 정말로 기이하지 않은가? 라 보에티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놀라운 것은 인민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이다. 실제로 인민들은 폭정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이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정말로 기이하지 않는가? 15 흔히 폭정이나 불합리한 권력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그러한 분노는 당연하듯 그 일을 하는 독재자나 권력자를 향한 분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문제의 본질인가? 진정한 사유란 무엇입니까? 사유라는 것의 일차적인 단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정 문제 상황인가”, “이것이 문제를 드러내는 올바른 방법인가..

메모노트 201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