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노트

'가르친다는 것'(윌리엄 에어스) (1)

onmaroo 2012. 10. 31. 17:44

윌리엄 에어스, '가르친다는 것'을 읽으며...


가르치는 일의 허상 12가지 


1.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하 첫 번째 필수 단계는 교실을 잘 통제하는 것이다. 

2. 교사들은 교육대학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운다. 

3. 좋은 선생님은 재미있다.

4. 좋은 선생님은 교육 내용에 대해 다 안다. 

5. 좋은 선생님은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시작해 그걸 강화하는 좋은 방법을 찾는다. 

6. 좋은 선생님은 좋은 연기자다. 

7. 좋은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대한다. 

8. 오늘날 학생들은 예전 아이들과 다르다. 

9. 좋은 교육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10. 좋은 선생님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안다. 

11. 모든 아이들은 평균 이상이다. 

12. 오늘날 아이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형편없다. 


가르치는 일의 허상으로 제시된 12가지가 과연 허상인가부터 생각해야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내 머리 속에 자리잡은 허상은 과연 몇 개나 될까?


허상 1.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첫 번째 필수 단계는 교실을 잘 통제하는 것이다.

 학기 초가 되면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반을 처음에 제대로 휘어잡은 다음 조금씩 풀어주어야 한다는 말이 오고 간다. 처음부터 풀어주면 나중에 어지러워진 반 분위기를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생각에 동의하곤 했다. '풀어준다', '편하게 해준다', '휘어잡는다', '무섭게 한다' 등등의 표현은 결국 교사가 교실을 통제하는 존재임을 전제한 말들이다. 그러면 교실을 풀어주건 휘어잡건 주도권과 통제권의 대상으로 교실을 규정하고 규율과 통제의 대상으로 학생들을 바라본다는 말일 텐데...... 

 윌리엄 에어스의 말에 따르면,

 " 교실 통제가 가르침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정하는 단선적인 면과 교실 통제를 교육과정 전체와 따로 떼어 생각하는 편협함 때문에 옳지 않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교사가 주목해야 하는 핵심적인 세 가지,

 " 학생들 : 학생들이 적극적인가? 자기 자신과 교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과 문제에 답을 찾으려 하는가?

   환경 : 적절한가? 도전 의식을 북돋는가? 성취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는가? 

  교육과정 : 참여를 유도하는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계하는가? "


 교실을 통제하려는 생각보다 차라리 학생들, 환경, 교육과정의 생산적인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들린다. 

 교실의 구성원은 '학생'과 '교사'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리고 되도록 '교사와 학생'보다는 '학생과 교사'의 순서로 생각하자. 또한 공감과 협의의 공간으로 교실을 기억하고,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의 의미를 떠올리자. 


허상 2. 교사들은 교육대학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운다.

 가르치는 방법과 이론이 곧 실천과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대학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일이 무용하다는 뜻이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숙고와 반추는 실질적인 활동과 실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방법론에 대해 대학에서 공부할 때를 떠올려보면, 늘 '이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과 의도를 가지고 있으나,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활용하지?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어떻게 이걸 적용하고 있고 사례는?'하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리포트를 쓸 때도 그저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런 식으로 가르치면 좋겠다, 재밌겠다 생각하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고민(?)하기도....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야기한다면, 나는 여전히 가르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고, 업데이트 중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우선이겠지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실제 교육활동이 된다. 알고 있기에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며, 경험 속에서 배우고 가르친다. 그리고 늘 생각하지만 경험으로 터득한 교육방법을 기록하고 스스로 설명하며 정리할 필요도 있겠다 싶다. 


허상 3. 좋은 선생님은 재미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데, 항상 내 수업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말이랍시고 하는 말들도 있지만, 일상의 소소한 재미난 일들이나 우리 아가들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내 생활을 들려주고 재미있는 일화도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늘 교실 문을 나올 때면 아이들의 평가가 두렵기도 하다. 재미는 있으나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적은.... 그리고 소설이나 시를 읽을 때 나는 성우가 된다. 그리고 뉘앙스나 상황을 조금 가미하여 재밌게 읽으려고 한다. 지루한 내용을 재밌게 만든다? 지난 해 학생들의 수업 평가 서술형을 읽은 게 기억난다. '배운 게 없는 것 같다.', '샘은 재밌는데 진도가 너무 느리다.' ...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심 우려했던 평가 내용이었다. 

 교육활동에서 배움은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배움과 즐거움이 한 교실에서, 한 수업에 들어있다 하더라도 그 둘이 50분의 시간을 서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내 수업이 그랬다는 것이고... 수업은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고 살았던 거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교감과 공감 역시 중요하다. 수업의 내용도 좋고, 아이들의 생활이나 심정에 대한 것도 좋고 아이들과 교사인 '나' 사이에 공감과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일 년동안 매 시간 재밌는 사람으로 교단에 서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며 아이들이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는 사람으로 교단에 서 있을 수는, 그래야만 하는 선생이다. 


허상 4. 좋은 선생님은 교육 내용에 대해 다 안다. 

 내가 그래도 교사로서 조금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의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못할 경우 나의 숙제로 생각하고 다음 시간까지 알아보겠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들이 나보다 정확하게, 더 많이 알고 있다면 알려달라고 말하거나, 함께 생각해보자면서 서로의 생각의 꼬리를 물어나간다는 점이다. 뭐, 그러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지만. 

 내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완벽하게, 다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좀더 많이 알고 좀더 깊이 알고 있을 뿐. 그래서 내 경험과 앎의 폭과 깊이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그래야 적어도 선생이란 직함을 달고 있을 수는 있으니깐. 그리고 나 역시 자신있게 답변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함께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교단에 선다. 

 이런 점은 부끄럽지만 내가 교사로서 잘 하고 있는 점 같다. 


허상 5. 좋은 선생님은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시작해 그걸 강화하는 좋은 방법을 찾는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국정 교과서를 대신할 만한 대안 교과서를 만든 적이 있는 걸로 안다. 그 책 역시 내가 도서관에서 참고했던 책이고. 주어진 교육과정의 틀에 어떻게든 끼워맞추는 식으로 교육내용과 활동이 만들어진 것이 기존 교과서에는 많았다. 그래서 단원 간의 연계성이 부족했고, 학생들의 활동 역시 지식적이거나 어려운 것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그 대안 교과서는 '나'에 대한 관심에서 '너', '우리', 사회' 등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친근한 소재와 실질적인 활동으로 단원을 구성했었다. 

 그런 책을 만든 취지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주어진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는 교육 계획과 과정 속에서 참고로 해야 할 것이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전범은 아니다. 따라서 교과서를 재구성하거나 텍스트를 교육 목표에 맞게 수집,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문제는 교과서의 진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시험, 입시 제도이다. 시험 범위가 있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어떤 교재나 범위를 공부하는지도 신경써야 하니깐. 물론 최근에는 교과서 검인정으로 달라지긴 했지만, EBS 교재가 국정교과서가 되다시피해서 여전히 문제이긴 하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은, 교과서나 교재나 시험 범위의 문제보다 근본적으로 교과에 맞는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교사 스스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 크고 어려운 문제이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내게도 그런 것을 고민할 만한 힘과 의지와 철학이 있었던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