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정말 '끝'이라 생각한 일은 많지 않다. 절망이나 아픔의 상처가 깊지 않은 인생이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잘한 실패들은 일상에서 늘 겪는다. 그리고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금세 잊고 산다. 때로는 하루살이 같다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수업준비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