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노트

10월~11월 독서, 2013

onmaroo 2013. 11. 26. 09:54
인디고 연구소,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지젝은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진주의적 철학자로, 그의 책은 난해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평이 나 있다. 그러한 평가 자체가 그의 책을 사서 읽기 어렵게 만들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터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의 사상 자체에 대한 각론 수준의 내용이라 생각보다 읽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책이다. 왠지 다가갈 수 없는 사람에게 다가간 느낌. 책의 내용은 공동선에 대한 추구와 희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어렵지 않은 표현들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생각의 틀이 조금씩 비틀려 열리는 느낌을 주어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다. 아이들하고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오래 전에 사 두었지만 책꽂이에서 책 제목만 수십 번 바라봤던 책이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읽어야지 했던 책이다. 지젝의 책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여러번 들었던 터라... 아직 완독은 못한 상태이고 1/3쯤 읽었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지만 '폭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느껴지기는 하다. 계속 읽어볼 만한 책이고, 앞의 책을 읽고 나서 그런지 꼭 올해 안에 읽고 싶은 책이다. 

책, 독서에 관한 책 두 권.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게으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강신주의 강연을 듣다가 언급된 책으로, '게으름'을 찬양한다는 말 자체에 매력을 느껴 읽게 되었다. '게으름'에 대한 오래된 거부감과 '근면'과 '노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을 뒤집는 논의가 흥미롭다. 러셀의 책은 부드럽고, 라파르그의 책은 거칠다. 하지만 한 세기에 걸쳐 동일한 주제로 두 책이 나왔다는 것도 이 주제가 생각해볼 만한 것임을 말해준다.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폴 라파르그, <게으를 수 있는 권리>


고미숙, <호모 쿵푸스>를 읽다. 
 평생에 걸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쓰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비법이라도 찾을 요량이라면 이 책이 불만일 수 있다. 고전에 나타난 선인들의 공부법이나 공부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평생에 걸쳐 자신의 삶을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 진정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의 제목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학습하라'처럼, 배움의 대상을 학교제도 안에서 제공되는 지식뿐만 아니라 삶 전체로 확대하는 논의는 의미가 있다. 또한 늘 배움의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새겨 들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師友'란 단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승은 벗이 되어야 하고, 벗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교사로서 가르치는 자로 남지 말고 배우는 자로도 살아가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