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노트

매일 한 편의 시라도...

onmaroo 2014. 4. 3. 11:07
 매일 한 편의 시라도 읽기로 결심했다. 시집을 읽다보면 하루에도 열 편도 넘게 읽을 수 있지만, 매일 시집을 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도 그 유명한 시인의 시집 한 권 사지 않고 문제집 속에 선별된 시들만 읽어대는, 그리고 그걸 쪼개고 나누고 흩어놓는 식으로 가르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그래서 매일 시 한 편은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두 권을 사서 읽고 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시집 <여행>을 읽으며 단상이라고 적을 요량으로 이 글을 쓴다.  

이슬의 꿈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
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이슬은 햇살과 한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슬이 햇살과 한몸이 된 것을
사람들은 이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나는 한때 이슬을 풀잎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새벽별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슬은 울지 않는다
햇살과 한몸을 이루는 기쁨만 있을 뿐
이슬에게는 슬픔이 없다


 시인의 눈은 새롭다. 원래 없던 것을 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아니라 누구도 선뜻 보려하지 않거나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기에 시인의 눈은 다르고 새롭다.

 이슬을 두고 '풀잎에 맺힌 눈물'이나 '햇빛에 곧 사라질 이슬'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시인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햇살과 한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눈물도, 슬픔도 이슬에게는 없는 거다.

 가끔 생각해본다. 지금 흘리는 눈물이 길고 긴 인생의 한 순간에 불과하고 앞으로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할지도 모르는 눈물일 수도 있지 않은가. 너무 뻔하고 너무 낙관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눈부신 햇살과 한몸이 되는 이슬이라면 그걸 두고 굳이 인생 자체를 슬프고 허무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미 선생은 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지 않은가.

 시를 보며 시인의 눈은 새롭다, 이슬이 눈부신 햇살과 한몸을 이룬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2014.04.01
onmar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