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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마구독서

onmaroo 2021. 12. 6. 11:33

 

 

논쟁 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2018 DKG 교육저술상 수상, 2017 미국교육협회(AESA) 비평가 선정작. 배려와 돌봄에 주목한 대표적인 여성주의 학자이자 존 듀이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인 교육철학자로 알려진 넬 나딩스와 그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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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거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지식, 가치, 현실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비판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의 목적이 '인간다운 삶'이라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분명 비판적 사고력이다. 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과 경험을 기르고 스스로를 하나의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에 있다. 비판이 상대의 논리를 꺾어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문제와 갈등을 풀어가고 존중받는 개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성찰적 태도 역시 비판적 사고로부터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다양한 주제와 관련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논쟁수업의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구체적인 수업 계획과 방법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논쟁을 활용한 수업의 중요성과 '종교, 인종, 권위, 젠더, 평등' 등과 관련한 쟁점을 수업에서 어떻게 다룰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상황을 전제로 쓰인 책이기에 우리에게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담겨 있다. 그렇기에 '비판적 사고', '논쟁수업'에 대한 원론서 정도로 참고하면 될 듯하다. 그래도 '교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경직된 채로 학교 현장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학생들과 교사는 인생, 사회, 현실 등의 수많은 쟁점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관계로 학교에서 만나고 있는지, 신중하고 의미있는 교육적 계획과 실천 속에서 논쟁수업이 소위 '교육적'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비판적 사고의 목적은 논쟁에서 반드시 이기는 데 있을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자신이 듣거나 읽은 것을 모든 측면에서 이해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해주는 서로 동의할 만한 핵심을 발견하는 데 있다. 비판적 사고를 활용하는 목적은 건강한 인간관계, 그리고 강력한 참여 민주주의 유지에 기여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서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능력은 우리의 학교에서 길러져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접근법을 열린 시스템 접근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일련의 개념 정의, 규칙, 혹은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며, 심지어 주제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그들이 질문을 할 수 있고, 표준적인 입장에 도전하며, 계획된 수업의 방향을 적어도 가끔씩 변화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8쪽) 

 

 논쟁적인 쟁점에 대한 토론으로 학생들을 안내하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다. 우리는 일찍이 교화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자주 반대해왔으며 교육적 중립성 pedagogical neutrality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교육적 중립성을 지키는 데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확실히 공정하게 경청해서는 안 되는 관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적 주장, 허위로 입증된 과학적 주장들, 그리고 잔인한 처벌을 지지하고 논증하는 과정에서 지저분한 언어 사용도 허용해야 된다는 주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것은 논쟁적인 쟁점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도록 강요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경합하는 다양한 입장들이 있음을 학생들에게 상기시키고, 그들이 참여를 통해 공동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며 자신의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요구된다. (30쪽)

 

-교사의 교육적 중립성에 관한 글을 다른 책에서도 읽은 기억이 난다. 교사가 교실에서 말을 하고 있다면 언제나 1인칭일 수밖에 없다. 즉 교사의 발언은 교사 자신의 개인적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며, 완전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그것은 교육적으로 금기시되어야 하는 일이지도 않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거나 설득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또한 학생들 역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생각과 견주면서 다듬어나가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립해야 하는 배움의 과정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사가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수업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알려주어야 한다. 물론 그 중에 한쪽이 교사 자신의 입장일 수는 있다. 또한 교사는 암묵적인 권위를 교실에서 갖고 있다. 따라서 되도록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다양한 견해와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그것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비판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과 경험을 우선시해야 한다. 교사의 입장 표명은 그러한 과정보다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 발언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은 아니나 발언의 기회를 뒤로 미룰 수록 좋다.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부합하도록 행동해야만 한다. 이는 학생들이 공정, 평등, 자유와 같은 개념에 관해 고민해야 함을 뜻한다. 또한 폭력, 무법, 경쟁 그리고 동정심, 협력, 유대에 관해서 학생들은 고민해보아야 한다. (63-64쪽)

 

 도덕성의 근원이 이성에 있는냐 정념에 있는냐에 관한 글이었다.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둘다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이를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 그러기 위해서는 정념의 범주 안에 드는 '고민'의 과정이 학생들엑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우리보다 미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야기될 법한 내용들이 많아 집중하기는 어려웠던 책이다. 그래도 비판적 사고력, 논쟁수업, 토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는 데 자극을 준 책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한다면, 가르치는 일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면, 의미 있는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긴다면 일독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