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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공부>(고영성) / 권위적 양육

요즘 틈틈이 (고영성)란 책을 읽고 있다. 아빠노릇은 처음이라 생각만큼 잘 안 될 때가 많고 또 잘 해보고도 싶고, 이번 생에서 한번뿐일 것 같아서다. 이 책은 '어떻게 해라'식의 말을 반복하지 않고 '이래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식으로 설명한다. 작가 고영성의 다른 책 를 얼마전에 읽은 적이 있다. 내용과 관련한 참 많은 실험, 연구, 책 등을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니 관련분야 권위자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는 책과 달리,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건 저래서 저렇고 설명만해도 꽤 설득력이 있어보이고 읽으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글도 어렵지 않게 써서 편하게 읽게되고 배우는 즐거움도 있다. 이분 글쓰기 스타일이 맘에 든다. 어쨌든 한강에 나와 텐트치고 한가롭게 '부모공부' 중이라 참 ..

메모노트 2016.09.19

<교사의 도전>(사토 마나부) / 배움의 철학

교보문고 책꽂이 앞에서 단숨에 읽은 책이다. '배움의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사토 마나부의 저작이다. 배움 중심의 수업을 추구하는 저자가 수업 관찰 일지 형식의 글과 함께 '배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현장에서의 수업 관찰 기록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무엇보다 '배움' 그 자체에 대한 사토 마나부의 철학이 내게는 가장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수업은 텍스트, 학생, 교사 간의 끊임없는 만남과 대화의 연속이어야 한다. 그것이 학생 중심의, '배움' 중심의 교육이며, 교육의 본질이다. 특히 사토 마나부는 텍스트와 학생 간의 대화(활동), 친구들과의 대화(협력학습), 자기 자신과의 대화(반성)가 '배움'의 본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업의 중심에 교사가 아닌 학생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오늘..

메모노트 2016.03.14

'나'를 사랑하는 '나'. -<무엇이 탁월한 삶인가>를 읽고

리처드 테일러의 를 읽었다. ​ 1. 학교에 있다보면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부족하단 걸 자주 느끼게 된다. 평상시 생활할 때는 그래 보이진 않을지라도, 상담을 하다보면 그게 드러나곤 한다. 외고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런 눈길이 싫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학교 아이들은 선망과 기대 사이의 줄타기를 하면서 입학을 한다. 누구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라고 걱정이 없겠으며 힘든 일이 없겠는가. 다만 학교 안에서건 학교 밖에서건 투정을 부리기엔 눈치가 보인다. 선망과 기대의 대상이 된다는 건 '불안'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자존감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1학년 담임으..

메모노트 2015.07.06

하루를 같이 살아가기

​ 1. 수요일 아침인데도 교무실이 조용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수요일 1교시가 공강인 경우가 많아 수요일 아침이면 늘 교무실 수돗가가 북적였는데 말이다. 혼자 조용히 커피를 내리다 어느 한 선생님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무슨 문제나 고민 때문인지 얼굴이 어둡다. 이유는 묻지 않고 있다. 때로는 그게 배려가 될 수 있기에.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말없이 건넸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2. 사람들은 큰 일을 겪고 있을 때 어제와 같은 일상을 지속하기 어렵다. 너무나 절박하고 슬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절박함과 슬픔 부족'과 같은 자책감 또는 죄책감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모질기만 한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른 채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도 밥이..

단상노트 2015.06.10

교사에게도 친구가 필요해.

엄기호의 (따비, 2013)를 읽었다. ​ 책을 읽고 나면 머리에, 가슴에 남겨두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기억력이 부족하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야 '남는다'. 1. 이 책은 현재 우리의 교육현실을 '폐허'로 바라보고 있다. 책의 시작부터 교사로서도 그저 씁쓸하면서도 충격적이다. '학교 붕괴', '교육의 위기' 등은 많이 보았지만, '폐허'라는 단어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교사인 내가 설 자리를 부정하는 느낌마저 들어서였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희망을 이야기하기를 바랐다. "희망은 그 폐허에 대한 응시에서 나온다. 나는 그 폐허를 같이 응시하며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싶다." ('책을 내며' 중) 다행인지 머리말에 이 구절이 나왔을 때 안도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희..

메모노트 2015.06.05

교사로서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1. 아이들과 독서모임을 하던 중, '교육 불가능성'에 대해 말을 하게 되었다. '교육 불가능성'은 이계삼 선생이 한 말인데,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바로 한 아이의 반론이 제기되었다. "선생님, 희망은 있어요. 그건 선생님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아차, 내 말이 오해를 낳았다. 먼저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설명하지 않은 게 잘못이다. 희망이 없다거나 무기력함과 체념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는... 아마 이 말이 생각이 났더라면 더 좋았을걸. "희망은 그 폐허에 대한 응시에서 나온다."(엄기호, 중)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읽은 책에서 언급된 것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또한 내가 그 취지는 이해하..

단상노트 2015.06.01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요?"

한 아이가 질문을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요?” “제시문에는 그런 말이 없잖아.” “그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물론 생각을 이어나가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 문제를 풀 수 없잖아.” 내 말을 듣고도 그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문제의 정답을 알아내려면 제시문 안에서 해결해야 돼.”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그건 니 생각이고, 제시문에는 언급되지도 않았고 말이야. 자기 생각으로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제시문 안에서만, 제시문을 근거로 해서만 문제를 풀어야 해.” 제시문도 주어져 있고 정답도 있는 문제다. 그러니 문제의 정답을 맞히려면 네 생각은 넓혀서도 안 되고 네 생각이 아니라 제시문에 나타난 글쓴이의 생각 울타리 안에서만 놀아..

단상노트 2014.09.25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사는가

3학년 담임을 3년 동안 하면서 정말 많은 아이들의 추천서를 썼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들의 자소서를 보게 되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고교 3년 동안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에 열중했다. '스토리'(이야기)는 주제, 구성, 문체 3요소로 이루어졌지. 할 말이 있으니 주제가 있는 거고, 나름 하나의 흐름을 이뤄 짜임새 있게 흘러가니 구성이 있어야 하며, 쓰는 사람이 누군지를 글을 통해 알 수 있어야 하니 스타일(문체)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매 순간이 이야기나 소설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억을 더듬다 보면 기억나는 것들은, 기억날 만큼의 인상을 남긴 어느 순간의 장면이거나 밥 먹을 때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이기 마련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망각'이다 보니 사람..

단상노트 2014.07.06

유치원 가는 길/ 엄마의 하루

frog in the forest by cotaro70s 비 오는 아침, 눅눅하고 우중충한 창, 오늘따라 무거운 몸에 조금 게으름을 피우다 아이들 등원시간에 늦었다. 때마침 고장 나 1시간이나 느려진 벽시계 탓을 해보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고 마음 같아선 아이들에게 뭔가 따뜻한 것을 먹이고 싶은데 염분이 적은 치즈스틱만 한 개씩 먹여 옷이나 겨우 입히고 일어섰다. 큰아이는 원복에 빨간 점퍼를 입히고 진한 곤색의 장화를 신기고 좋아 죽는 파워레인저 그림의 투명 우산을 들렸다. 작은 아이는 진홍색 바바리를 입히고 까만 에나멜 구두를 신겼지만 아직은 혼자 우산을 들고 걷기엔 어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 스타일 빠지게 등에 업고 커다란 파라솔 우산을 썼다. 그래도 등에 업힌 채 좋아 죽는다. 아이들..

단상노트 2014.04.28

'미개한' 엄마가 보내는 편지

이 글은 아내가 정몽준씨 막내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정몽준씨 막내 아드님... 넌 스무 해 가까이 살면서도 네가 말한 그 미개하도록 절절한, 가슴으로 하는 사랑을 느껴보지 못 한게로구나. 네가 받은 사랑은 그저 부족함 하나 없는 환경, 때 되면 지분이나 나눠주는 그런 사랑이었나보다. 하지만 있잖니, 네가 얼마를 가졌는지 알 순 없지만 네가 가진 그 전부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종종 있단다. 넌 그 중에 가장 큰 부모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친구 간의 아기자기한 진정한 우정도 알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 살아가며 서로 간에 느껴지는 사람사는 냄새도 알지 못하고, 무엇보다 세상 속에 녹아있는 따뜻함의 단 한 자락도 평생 느끼지 못 할거야. 스무 살이 다 된 네게 마음이란 없는 것 같으니... 그것을 숨기..

단상노트 201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