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요?"

onmaroo 2014. 9. 25. 20:12

한 아이가 질문을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요?”

제시문에는 그런 말이 없잖아.”

그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물론 생각을 이어나가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 문제를 풀 수 없잖아.”

 

내 말을 듣고도 그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문제의 정답을 알아내려면 제시문 안에서 해결해야 돼.”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그건 니 생각이고, 제시문에는 언급되지도 않았고 말이야. 자기 생각으로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제시문 안에서만, 제시문을 근거로 해서만 문제를 풀어야 해.”

 

제시문도 주어져 있고 정답도 있는 문제다. 그러니 문제의 정답을 맞히려면 네 생각은 넓혀서도 안 되고 네 생각이 아니라 제시문에 나타난 글쓴이의 생각 울타리 안에서만 놀아야 한다.

그래서인가. 제시문을 넘어서서 자기 생각을 넓히면 정답은 없어진다. 마치 정답이 없는 인생의 많은 문제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민하고 헤매며 살아가는 것 아닌가.

 

오늘도 참 많은 문제들을 풀었다. 오로지 제시문 안에서, 내 생각이 아니라 제시문을 쓴 이름 모를 글쓴이들의 생각에만 잠겨서 말이다. 그 울타리를 넘어서면 정답은 없어지고 그러면 나는 그 문제를 틀리는 사람이 된다. 하루 종일 너도 나도, 제시문 안에서만 정해진 정답을 찾아 줄기차게 문제를 풀어댔다. 정답을 맞혔다는 동그라미가 유난히도 크고 많아 보인다. 틀렸다는 빗금이 가차없어 보이기도 한다. 

  

언제쯤 너머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게 수업이 될 수 있을까?
 
201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