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미개한' 엄마가 보내는 편지

onmaroo 2014. 4. 26. 06:50

 이 글은 아내가 정몽준씨 막내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정몽준씨 막내 아드님...

넌 스무 해 가까이 살면서도 네가 말한 그 미개하도록 절절한, 가슴으로 하는 사랑을 느껴보지 못 한게로구나.  네가 받은 사랑은 그저 부족함 하나 없는 환경,  때 되면 지분이나 나눠주는 그런 사랑이었나보다.

하지만 있잖니, 네가 얼마를 가졌는지 알 순 없지만 네가 가진 그 전부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종종 있단다. 넌 그 중에 가장 큰 부모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친구 간의 아기자기한 진정한 우정도 알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 살아가며 서로 간에 느껴지는 사람사는 냄새도 알지 못하고, 무엇보다 세상 속에 녹아있는 따뜻함의 단 한 자락도 평생 느끼지 못 할거야.
스무 살이 다 된 네게 마음이란 없는 것 같으니...
그것을 숨기지도 않는 것 보니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 같으니...

그래서 얘야. 난 네가 하나도 안 부럽구나. 물질이란 풍족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독이 될수 도 있다는 걸 네가 보여줬잖니. 또 난 내 아이들도 널 부러워하지 않게 잘 키워낼거야. 네 부모가 물려주는 만큼 돈은 물려주지 못해도, 네가 받아보지 못해 감히 공감하지도 못하는 그 사랑을 듬뿍듬뿍 담아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키워 낼거야.
비록 네 밑에서 을이 되어 혹사당하더라도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마냥 행복한, 그런 사람으로 키워낼거다. 너희처럼 충분히 가졌으면서도 형제끼리조차 누가 더 많이 갖나 촉각세우느라 형제 사랑, 부모 사랑 알 수 없는 그런 괴물로는 자라게 하지 않을거야.

난 그래도,
네가 살아가며
부족함이란곤 전혀 없지만 가져도 재미없고 성취해도 별 의미없는 그 공허함이 널 따라다닐때, 널 위로하고 널 
채워줄 마음이 필요할 때,
네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해줄 단 한 사람이 네 곁에 있기를 기도해줄게ᆢ
네가 밉고 싫고
너같은 갑과 함께 살아갈 현실이 
두렵고 분하지만,
난 이미 네가 말하는 '미개한' 엄마이니까......
엄마란 그런 거니까......

2014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