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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 되면~] 제3장 자연이 남아있다면 더 발전할 수 있는가(1)

onmaroo 2011. 11. 23. 17:49
제3장 자연이 남아있다면 더 발전할 수 있는가(1)
 어제(11월22일)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강행처리되었습니다. KBS에서는 한미 FTA의 득과 실을 살펴본다면서, 우리 국내 총생산 GDP가 5.6% 늘어나고 서비스 중심의 일자리는 35만개가 창출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향후 15년까지 내다보면서 연평균 1억 4천만 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세계 무역수지 27억 7천만 달러의 흑자를 강조했습니다.실을 따질 때에는 연간 8천 억 원(달러 아님!) 정도의 농업분야 생산 감소, 제약업종과 국내 축산농가의 타격을 이야기하면서 정부의 피해 보전 대책 고심의 노력을 덧붙였습니다. 

 득과 실의 비교가 결국 수치상의 절대치 비교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결국 실을 감안하더라도 득이 훨씬 많이 남으니 경제성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식... 미국과의 FTA 협상이 '윈윈'이라는 대통령의 발언도 생각이 나더군요. 미국도, 우리나라도 함께 잘 살 수 있다....뭐 이런 거죠. 과연 그러할까요?

 그리고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불가피한 선택'이란 말을 보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말한 '타이타닉 현실주의'가 생각났습니다. 향우 15년까지 연평균 1억 4천만 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정말 이루어질까? 그게 우리를 진정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달려갈 15년 뒤에는 엄청난 '빙산'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득과 실을 따져보자.'라면서 '대한민국 타이타닉 호'를 전진시키는 걸까요? 

 2000년에 출간된 러미스의 이 책은 2011년 우리나라에도 유효한 책인 것 같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제3장에서는 경제발전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경제발전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하나씩 벗겨내고 있습니다. 

 러미스는 경제발전 이데올로기의 대전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경제발전의 의미는 좌우간 세계 어딘가에 삼림이 남아있으면 아직 발전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파괴되지 않은, 매립되지 않은 산호초가 어딘가에 있으면 발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자연이 어딘가에 있으면 발전은 끝나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자연이 어딘가에 있으면 발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 의미입니다. (59~60쪽)


 경제발전 이데올로기는 '미개발'의 여지가 있으면 어디서든 발동된다는 것이죠. 발전되지 않은 곳은 발전시켜야 하며, 그곳을 '미개발'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루먼은 1949년 취임 연설에서 '미국에는 새로운 정책이 있다'면서 처음으로 '미개발 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미개발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입니다. 결국 미개발 국가는 미국이 발전시킬 나라가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러미스는 '발전'(development)의 본래의 의미를 따져봅니다.

 "나라 A는 국가정책으로 나라 B를 발전시킨다(develop), 그것이 나라 B의 발전(development)이다"라고 하는 것, 이것이 왜 '고쳐 만들어진 말'인가 하면 기본적으로 일본어의 '발전'이나 '성장'도 그렇습니다만, 영어의 'develop'(발전한다)는 본래는 자동사입니다. 타동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언어로서 적당치 않게 들립니다. 국가 A가 국가 B의 '발전'을 정책으로 삼고 있는데 그 표현이 자동사라니, 이것은 큰 모순입니다. (62쪽)

 그러니깐 경제발전 이데올로기에서 사용되는 '발전'은 고쳐 만들어진 말이라는 겁니다. 다음 단계로 바뀌어가고 성장하는 자동사의 의미를 지닌 말이 '발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을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바꾸고 변화시키는 타동사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발전'이 전제하고 있는 '미개발'의 공통점은 뭘까요?

 '미개발'의 공통점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니라 자기네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즉 유럽이나 미국의 경제제도에 들어와있지 않은 그 '결여'입니다. (66쪽)
  미국은 '남'(南 :소위 미개발 국가는 남반구에 밀집되어 있기에)의 '미개발' 국가를 투자가 가능한, 좀더 투자하기 쉬운, 투자하면 이익이 꼭 돌아오는 경제제도로 다시 만들면 매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69쪽)


 제4장에서 다루겠지만 '부자'가 전제로 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 또는 '필요를 느끼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들'인 것처럼, 발전되었다고 믿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발전시켜야한다고 생각하는 '미개발' 국가를 전제로 착취를 일삼으려는 의도를 지닌 채 '발전'이란 말을 내뱉고 있는 거죠.
 하지만 '발전'이란 말은 마치 무언가로부터 '해방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착취'라는 말과 상당히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착취'의 본성은 숨겨진 채로 사탕 발린 말처럼 '발전'이란 말은 '미개발 국가'에게 어느새 매력적이고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지도록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1933년에 출판된 <사회과학 백과사전>에는 '뒤떨어진 나라'에 대한 정의가 나왔다고 합니다. 

 세금제도를 갖지 않은, 노동윤리도 갖지 않은, 요컨대 근본적으로 그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착취 불가능한 나라이다. (71쪽)


 이러한 경제발전 이데올로기는 역사적으로 여러 형태의 '강제노동'을 통해 '착취'를 일삼아 왔습니다. 러미스는 위의 백과사전에 쓰인 '강제노동'의 종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번 째로 직접적인 강제노동, 즉 노예제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철도를 만든 것도 사슬에 발이나 목이 묶인 채 일했던 노동자였습니다. 두번 째로는 간접적인 강제노동입니다. 식민지에 세금제도를 만들어, 닭이나 농작물이 아닌 돈으로 세금을 걷는 것이었습니다. 세금으로 낼 돈을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공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자급자족의 문화가 있는 경우의 강제노동입니다. 자급자족의 근원인 숲을 없애버리고 커피나 고무 등의 플랜테이션을 만들죠. 그러면 그곳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경제발전 이데올로기가 강화되었던 60, 70년대는 어떠했을까요? '강제노동'과 같은 착취행위는 최대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의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죠. 장학금 제도를 활용하여 경제발전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녹아있는 '발전경제학'과 같은 학문을 만들거나, 아니면....

'남(南)'의 국가에서 온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불러 미국의 대학에서 박사가 될 때까지 길러,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집어넣은 다음 그의 나라로 돌려보냅니다. 각 나라의 '경제발전 엘리트'를 길렀던 것입니다. 그것도 의도적인 국가정책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발전 이데올로기는 엄청난 힘을 지닌 이데올로기로 변해갔습니다.(76쪽)

 경제발전(경제성장) 이데올로기가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의식을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전처럼 직접적으로 착취를 할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 왜곡된 '발전'의 이미지를 의식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치밀하게 주입하는 것이죠. 

 오늘 시청 앞에서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집회가 있었습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경찰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반대의 목소리조차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정부는 의식의 변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 따위는 접어두고 직접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진정한 '상식'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냥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나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3장 뒷부분에 나오는 소제목들을 가만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 "모두가 언젠가 발전한다"라고 하는 약속(82쪽~)
::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84쪽~)
:: 빈곤은 재생산된다(86쪽~)
:: 경제발전으로 빈곤은 해소되지 않는다(90쪽~)

 p.s. 한미FTA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광고가 생각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미FTA는 양국 모두 윈윈하는 역사적 성과입니다."
(나레이션) "한미FTA는 정파나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혹시 이 말에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2011.11.24.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