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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 되면~] 제2장 '비상식적'인 헌법 (1)

onmaroo 2011. 11. 16. 18:41
 더글러스 러미스는 일본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 오키나와에 거주하면서 집필과 강연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말투를 바꿔볼까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 2장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헌법 제9조와 교전권의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의 강경파들은 일본의 자위권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자위권은 '그들'의 말처럼 정당하거나 '현실적'인 것일까요?
 
 일단 일본 헌법 제9조를 살펴보면, 

 
평화를 사랑하는 각국 국민들의 공정함과 신의에 대한 신뢰에 기초하여, 우리들의 안전과 생존을 보지(保持)하려고 결의하였다.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여, 국권의 발동에 따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하(威嚇)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방기한다. 


 러미스는 이 문구가 '일본정부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자위수단으로서의 교전권을 방기한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국 헌법 제9조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을 가하는 쪽은, 국가가 교전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국가의 본질이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전쟁에 대한 현실주의'라는 것이죠. 물론 그들은 '교전권'이라는 말 대신 '자위', '자위권'을 말합니다. 또한 '교전권'과 '자위권'을 구분지어 말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어법을 사용해 다시 이야기해보죠.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위권은 교전권과 다를 뿐만 아니라 교전권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헌법 제9조는 교전권을 방기한다는 것이지, 자위권을 방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자위권은 남아있다.'

 '교전권을 방기하더라도 자위권은 남는다?' 한 손에 들고 있는 '자위권'은 꼭 쥐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는 '교전귄'은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들'이 말하는 '교전권'이란 무엇일까요?
 
 러미스는 '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명쾌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교전권이란 과연 무엇인가. 교전권을 방기하더라도 자위권은 남아있다, 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방기했다는 것인가. 이 논리로 방기될 수 있는 것은 침략하는 권리밖에 없습니다. 교전권은 '침략권'이다, 라는 설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침략할 권리라는 것은 적어도 유엔헌장이 성립된 이래 국제법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침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략)... 교전권은 그런 의미의 것이 아닙니다. 유엔헌장이 성립된 이래 국제법 속에서, 국가에는 자위권밖에 허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침략을 받으면 그에 대해서 싸운다, 그러한 상황에서 비로소 교전권이 성립합니다. 침략하는 쪽은 전쟁범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24쪽)

 결국 러미스의 말에 따른다면, '교전권≠침략권'이며 '교전권=자위권'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교전권=침략권'과 '교전권≠자위권'은 말도 안 되는 논리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러미스는 '자위전쟁이 아니면 교전권은 성립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또 일본국 헌법 제9조는 '자위수단으로서의 교전권을 방기'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교전권은 방기하되 자위권은 남아있다는 '그들'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결론 :: 일본의 헌법 제9조는 자위수단으로서의 교전권을 방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헌법 제9조를 변경하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헌법 조항을 두고서 억지스러운 논리로 '자위권'을 운운하지 말라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일본 헌법 제9조가 왜 '비현실적' 또는 '비상식적'이지 않은 걸까요? 이 문제에 대해 러미스는 먼저 국가에게 부여된 '정당한 폭력'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현실적으로 따져보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