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과 함께 책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윤독을 하면서 녹음을 하고, 녹음한 것을 팟캐스트에 올린다.
(블로그 :
이화외고 책책책 )
나름 야침찬 계획이고 모임이다. 이 모임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샘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첫번째로 선택한 책은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김종철 외 역, 녹색평론사, 2002)이다. 준섭샘과 예전에 한 번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마냥 좋은 책이다.
윤독을 녹음하다보니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좀더 하다보면 익숙해질 거다. 그래도 윤독과 녹음을 병행하다보니 생각보다 어렵다. 책의 내용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나름 정리하는 셈치고 글을 써 본다. 이후에 이런 식의 발제문이 씌어지겠지 싶다.
더글러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김종철․이반 옮김, 녹색평론사, 2002
상식의 대전환 직전의 세계
더글러스 러미스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21세기의 커먼센스를 위해서’로 지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그는 1775년 토마스 페인이 쓴 책 ‘커먼센스(Common Sense)’를 먼저 언급했다. 국왕제를 부정하고 미국 독립을 옹호하는 소수파의 주장을 담은 이 책의 저자인 페인은 누구보다 그 시대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소수파의 주장이기에 당시 주류적인 ‘상식’선에서는 그 주장이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러미스는 오히려 당대의 현실을 간파한 진정한 ‘상식’이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상식이라는 것은 불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크게 변화하는 것도 있다.
지금 우리는 결코 변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상식의 대전환, 즉 대다수 사람들이 '비상식'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사고방식이 주류의 상식이 되는 새로운 상식을 위한 대변혁 직전의 단계에 살고 있는 듯하다. (머리말, 5쪽)
러미스가 처음 생각한 제목에서 '커먼센스'는 역설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주류에서 바라본다면, 러미스가 펼칠 주장은 '비상식'(nonsense?)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의 대전환'을 필요로 하는 우리 시대에서 러미스는 자신의 주장이 결코 '비상식'이 아니라, 오히려 '상식'(common sense)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러미스가 말하는 '커먼센스'는, 현재 우리와 우리 사회를 끌고 가고 있는 주류적인 생각들이 '비상식'에 불과할 수 있으며 '상식의 대전환'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경제발전론 = 사고장해
그리고 러미스는 '커먼센스'를 '현실주의'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야!'라는 비난을 가하는 쪽은 자신을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비현실적일 수 있으며, 그들이 비난하고 있는 것이 진정 현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러미스는 현재 우리 시대를 추동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논리이자 '현실주의'라고 자청하고 있는 것이 '경제성장'에 대한 이데올로기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주장은 각각의 문제에 대한 '상식'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사고방식이 정말은 현실에서 유리된 것이며, 21세기에 살아남고 싶다면, 우리가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부합하는 사고방식을 상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제목은 협소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는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사고방식(이것은 경제학의 객관적인 결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인 결론이지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거야말로 우리의 눈을 진정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는, '현실에서 유리된 현실주의'의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말, 6쪽)
그런 점에서 러미스는 '경제발전론=소득배증론'이 사회의 상식이 되어 있는 세상에 의미심장한 의문을 제기하고자 그런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소득배증론을 사회의 풍요로움은 GNP에 의해서 측량된다라고 하는 빈약한 풍요를 구하는 논리로 규정함.) 그리고 그는 더이상 '상식'도, '현실주의'도 아닌 '경제발전론'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고 있다. 의학용어를 빌려 말하면, 경제발전론은 현대사회 속의 사고장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7쪽)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러미스의 답변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아니다!' 그가 그런 답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읽고 있지만, 곱씹는 맛이 어느 책보다 훌륭하다. -2011. 11.14. onmar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