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하루

onmaroo 2023. 5. 10. 17:18

흉추 압박골절로 집에서 쉬고 있다. 

앉거나 서 있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니 주로 누워 있어야 한다.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이 늘어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하루를 보낸 적이 언제였나 싶다. 

쉬는 것도 해본 사람이 잘 하는 건가. 

 

이런 상황에서도 뭘 할지를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는 나도 참 웃프다. 

일단 메모하고 기록하고 글쓰는 일을 일상으로 삼기로 했다. 

잘 쓸 자신도 없고 특별한 소재도 없지만 그냥 쓰기로 했다. 

내 삶에 좀 집중하거나 심플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서. 

 

오늘은 책상도 정리했다. 

되도록 비우기로 했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채우고 쌓는 일에 익숙한 삶이어서 그런가 비우고 덜어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이것도 노력해야 하는 일이구나 싶다. 

책상을 정리하면서 방안에 쌓인 책들을 하나씩 읽으며 정리하고 처분하기로도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결국 그것도 뭔가를 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비우려면 채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쉬려면 아무 것도 하려고 들지 않아야 한다. 

 

하지 않는 법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걸.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하루도 쉽지가 않다는 걸. 

 

흉추 압박 골절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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