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노트

<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사이토 다카시)

onmaroo 2022. 2. 9. 03:16
 

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한국과 일본의 300만 독자를 사로잡은 괴짜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이 책에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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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끌린 책이다. 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처럼 보였다. 

 

'저는 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

'여보, 나도 여전히 서툰 어른일 뿐이야.'

'아빠도 여전히 서툰 어른일 뿐이야.'

'샘도 여전히 서툰 어른일 뿐이야'

 

이렇게 고백하고도, 인정받고도 싶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상황에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할 때에,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질 때에, 좀더 잘 살아가야지 싶을 때에 그렇다. 

 

이 책에서 혹시 해답이라도 얻을 수 있으려나 싶었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1/3 정도 읽을 때까지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메모도 좀 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속독과 의무감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를 대하는 태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 미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각 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1장인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적인 감정이나 태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콤플렉스, 낮은 자존감, 스트레스, 불안감 등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를 에세이식으로 읽기 쉽게 다루었다. 

 

 이 책은 정말 잘 읽힌다. 읽기 쉬운 문체, 공감이 갈 만한 화제, 어렵지 않은 내용과 부담없는 분량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중반을 넘어갈수록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공감이 갈 만한 소재나 내용을 다루고 읽기 쉬운 문체를 쓴 건 좋았다. 하지만 3~4장 정도의 내용들이 여러 개 묶여 한 장을 이루지만, 그 내용들이 긴밀히 연계되어 전개되지 않고 나열식으로 이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도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 몰입이 어려웠다. 물론 잠깐씩 펼쳐들며 읽거나 부담없이 읽을 거라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구절들도 있다. 당연한 말들이 때론 중요한 본질일 수 있다.  

 

p32.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한 가지 기준을 정하되, 나머지 부분은 양보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양보나 배려하는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다. 솔직하게 거절을 못하다보면 그렇다. 정중히 거절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특히 그게 내가 지키려는 신념, 기준, 원칙에 해당하는 거라면 더욱 그렇다.  

 

 

p47. 나의 과제와 상대의 과제를 분리하라.

-이 말은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본 내용이다. 일본인 저자가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쓴 <미움받을 용기>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예를 들어,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상대의 몫이다. 그러니 상대가 알아줄지는 상대의 과제이지 나의 과제가 아니다. 그러니 상대가 알아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거나 그러지 말아라. 전전긍긍한다고 상대가 당장 알아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아들러의 책들을 찾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 내용을 종종 마음 속에서 써먹기도 했는데,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과제 분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나보다. 아들러의 책을 다시 봐야겠다.  

 

p52.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도 한번쯤은 의심하라. 

      확신이 드는 순간을 경계하라.

      내 지식과 경험이 과연 옳은지 늘 의심해보는 태도.

 -오늘 직장에서 내가 생각하는 게 틀릴 거라 추호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틀린 거 아니냐고 물었다. 좀 민망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가 잘못한 게 아닌가. 처음에는 욱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민망한 말 좀 들은 게 대수인가. 내가 실수했잖아. '나는 당연히 맞고 너는 틀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p121. 내 시간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다. 

-우리 딸 수학 채점한 뒤 틀린 문제 가르쳐주려는데 아이가 짜증내고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하는 말. '아빠 시간도 소중해. 아빠 시간을 들여 너에게 쓰고 있는 건데....'  배우려는 자세. 모둠 협력의 자세. 

 

p135. <논어>의 구절.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석가모니의 말. 나 이외의 사람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가장 인상 깊은 말은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이 아닌, 저자가 인용한 니체의 말. 

 

p4. 니체의 말. "초인을 향해 날아가는 한 발의 화살이 되어라."  

-초인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절대적인 상태. 그러니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날아가는 화살이 되라. 과녁에 맞힐지 그 결과보다 날아가는 화살이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열정은 남아 있는가. 

 

 

어쨌든 어른다워지려면 많은 걸 해내야 한다. 그렇다고 어떤 성과나 성취를 말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말하듯, '나'와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성숙함이다.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나이가 들고 경험과 지식을 쌓아 나이든 척, 아는 척 좀 할 줄 알면 '어른'인 걸까?

민증을 들이대지 않아도 소위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을 받지 않으면 '어른'인 걸까?

왠만한 통증 정도는 아프다고 징징대지 않고 참으면 '어른'인 걸까?

자기가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벌었는데 주변에서 당연하게 여기면 '어른'인 걸까?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꾸짖거나 비판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면?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알면?

인생에 대해 겸손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알면?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 이끌어가면?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른'이라 불리지만 '어른인 척 하는 사람'입니다.....

 

나 역시 살면서 참 서툴고 부족하며 불안해하며 겁을 낸다.

큰 잘못을 저지르진 않아도 모순, 위선, 가식, 허영이 없지 않다. 

변명을 설명이나 합리화로 바꿀 줄도 안다. 

어른들만의 말투나 어휘를 사용해서 말을 할 줄 안다. 

 

그러니 '어른답다'기보다는 '어른인 척'하는 걸로 느껴진다. 

'어른'으로의 삶이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모두가 '어른'이 처음이다. 

다들 '어른인 척'하느라 고생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려면 아직 한참인데,

어쩌면 평생 안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꼭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다. 

소위 어른들도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거다. 

그러니 때론 어른답지 않으면 솔직하게 인정하자. 

그리고 어른다워지도록 노력하자. 

때론 어른답지 않아도 되면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