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노트

<떨림과 울림>(김상욱), 과학책 읽기 /마구독서

onmaroo 2022. 2. 1. 00:51
 

떨림과 울림 (한정판 리커버)

‘물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부터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까지 새로운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이다.

www.aladin.co.kr

 

과학이 주는 그 너머의 울림

   :: 책 <떨림과 울림>, 김상욱, 동아시아(2018)

 

새롬도서관에서 어제 빌린 책이다.
도서관 서가에서 저자 '김상욱'이란 이름에 끌렸고, 과학에 문외한인 내가 과학 좀 알아야겠다 싶어 끌렸다. 

이럴 땐 책의 목차, 머리말, 한 챕터 정도를 읽으면 된다. 읽고 난 뒤 좀더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빌리면 된다. 

 

"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7쪽, 프롤로그 중)

 

 물리학을 인문학의 느낌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는 점이 좋았다. 과학을 좀더 일반인들에게 친근한 것으로,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는 책으로 보였다. 단순히 과학지식을 쉽고 재밌게 이야기하려는 책들은 많다. 그런 책들은 결국 내가 과학 지식이 부족한 수준에서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부분이 적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생각할 거리도 적다. 과학 지식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 정도의 자기 만족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지식이 삶, 존재, 인간,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일은 꽤나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일이다. 과학적 지식이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과 철학적 사유를 낳는 징검다리가 되면 저자와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마치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공통된 주제를 자기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일과 비슷하다. 이 책이 그렇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보이거나 들리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것은 결국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배열의 차이만 있을 뿐이니 다르지만 같은 거다,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은 지극히 작고 미미한 존재이다 등등. 저자가 과학적 지식을 인문학적인 생각으로 연결한 부분에서 독자는 저자와 대화를 나눌 지점이 생겨난다. 

 

일단 이 책에 대한 인상은 이렇다. 


1. 과학지식을 너무 단순하거나 쉽지만도 않게, 생각하면서 읽되 과학 문외한이라도 읽을 만하게 썼다.
2. 과학지식이 인문학적인 사유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내용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3. 과학이 사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장들과 내용들을 잘 버무려놓은 글이다.
4. 문장이 간결하다. 그래서 읽기 편하다. 문장의 길이가 짧으면 눈과 뇌의 피로도는 낮아진다.

 

 과학 자체에 관심이 없다면 읽기는 쉽지 않을 거다. 어쨌든 과학적 지식을 소재로 다룬 책이니 그렇다. 물론 이해하기 쉬운 비유나 예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다만 다루는 과학지식을 애써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의도에 주목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 원자에서 전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쯤이면 이건 영화 '엔트맨'에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나온 건데 싶다가도, 결국 보이는 것이 다르더라도 전자의 차원에서 보면 모두가 같다고도 할 수 있으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하기 위해 과학자가 과학의 말투와 문체로 이야기한 거라고.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읽을 만하고 읽는 즐거움도 생겨난다. 

 그래서 마구독서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7)

 

-물리학을 인간적, 인문학의 느낌으로 이야기한다는 말이 참 좋다. 그럴 수 있는 저자의 소양도 대단하지만, 이런 말과 의도가 저자 자체를 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 
-나도 국어수업과 문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란다. 소위 아이들과 인문학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삶과 세상이 어떤지를 국어수업과 문학작품을 통해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듯이, 보이지 않는 빛이 있다.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19)

 

-적외선, 초음파를 설명하면서 마지막에는 인문학적인 메시지 같은 말을 남긴다. 이런 문구 마음에 든다. 과학자가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삶과 세상을 이야기하는 듯한... 특히 '왜 이런 말을 하냐면'이나 '내가 한 말은 이런 의미인데' 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과학을 쭉 이야기하면서 이런 문장 하나를 툭하고 던진다. 그러면 나 같은 독자가 소위 알아먹는다. 사람은 자기 경험과 지식으로 말하기 나름이다. 그게 빈약하면 인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가르치'고 있는 거다. 내가 그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니 문학작품이라도 열심히 읽어야겠다 싶다. 

 

 

물체의 고유진동수로 그 물체에 진동을 가하면 진동이 엄청나게 증폭된다.
이것을 '공명'이라 한다. ........사방에 모든 방송국의 전파가 있지만 라디오 수신기와 공명을 일으킨 채널의 방송만 나오는 이유다. (20)

 

-얼마전 차 안에서 라디오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 딸 아이가 이 많은 라디오 방송을 어떻게 들을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 그냥 라디오 전파들이 하늘을 마구 날아다니면 라디오가 필요한 전파를 잡아서 들려주는 거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공명'의 개념이었구나. 그때 '공명'이 어쩌구 설명했더라도 딸 아이는 이해하기 어려웠겠지만.  
-문득 저편에서 소리를 내더라도 이편에서 들을 수 있으려면 '공명'을 이루어야 해. 너의 고유진동수를 알아야 하고, 내가 아닌 너의 고유진동수로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공명'이고 '대화'이고 '이해'라는 걸. 문득... 난 내 가족들의 고유진동수로 공명할 줄 몰랐던 건 아닌가... 요즘 좀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조차 지구로부터 1조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우주에서 빛을 내는 별들은 대개 이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큰 스케일로 보면 별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다. 더구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물질이 우주에 가득한데,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어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라 불린다. 빈 공간의 어둠은 예외로 두더라도, 이런 암흑의 유산이 우주 전체 물질의 96%를 이룬다.
이렇듯 우주는 그 자체로 거의 어둠이다. 주위에 빛이 충만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단지 태양이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별 가까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23)

 

-인식의 범주가 물리학자답게 크고 우주적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존재를 우주적 시각에서 겸손하게 바라볼 줄도 안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중심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가 참 많은 요즘이다. 지구별을 살아가는 여러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으로서. 


#그 외, 알게 된 과학지식들.

  • 빛은 우주가 탄생하고 38만년이 지나서야 생겨났다
  • 오늘날 '물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어떻게 생겨났냐면...... 태양의 빅뱅-초기 우주 매우 뜨거움-우주의 팽창-우주의 온도가 낮아짐-드디어 '물질' 등장-수소, 헬륨 같은 원자 탄생-이때부터 빛도 존재 가능
  • 빛도 열을 가지고 있다. 적외선의 발견.
    1800년 윌리엄 허셜. 빛의 색에 따라 열의 크기가 다를까? 프리즘을 통과하여 분리된 빛을 따라 온도계를 놓고 온도변화를 측정함. 빨강색의 바깥쪽(그래서 적외선)의 온도가 가장 많이 올라갔는데 거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적외선'의 발견.(18-19)
  • 소리는 진동수에 따라 음이 달라지고, 빛은 진동수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빛과 소리 모두 파동이다.
  • 빛이 속도는 299,792,458m/s = 약 30만km/s
  • 1676년 올레 뢰머 = 빛의 속도 최초 측정자
    목성의 위성 이오가 목성의 그림자 뒤로 숨었다가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 지구가 목성에 가까이 있을 때와 멀리 있을 때 이 현상을 관측해 비교하면 빛이 그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의 시간 차이를 잴 수 있다. 이 측정 결과 뢰머의 값은 20만 km/s로 실제값과 비슷함.(22)
  • 거리 차이를 알고 측정 시간 차이를 알면 빛의 속도를 알 수 있다는 건가? 이건 좀더 찾아보는 걸로.....그래도 뢰머는 대단함.

 

이제 겨우 한 챕터 정도 읽었다. 오랜만에 열심히 읽고 메모했다. 

마구독서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