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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관하여'(키케로, 천병희 역, 숲, 2005)

onmaroo 2014. 1. 21. 09:39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저자
키케로 지음
출판사
| 2005-06-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노인-은 있어도 -원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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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학교, 수업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우정'이다. 

사실 친구 사이의 우정이란 머리 속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또는 교사가 가르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삶 속에서 이미 느끼고 배우고 있는 가치이다. 하지만 때로는 '우정'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울타리는 견고해지고 누군가는 소외되기도 하기에, '우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은 중요하다. 
 우정에 관한 글로 우선 두 가지를 찾아 읽는다. 먼저 이반 일리치의 '우정에 대하여'란 글. 일반적인 우정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그의 말처럼 '테크놀로지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인간관계를 황폐화시켰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글이다. 다만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등 과학기술의 중간 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인간관계는 진정한 의미의 '우정'을 낳을 수 없다는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기울일 만하며, 그가 말하는 '우정'의 의미인 '진정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의 회복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도 새겨 들을 만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키케로의 '우정에 관하여'라는 글은, 2000 여년도 더 전에 쓰인 글이면서도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만큼 '우정'은 우리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다움의 중요하고 근본적인 가치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대화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단 읽기가 수월한 편이다. 일단 책을 읽으면서 발췌해본다.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을 해두고 싶네. 114 

우정이란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모든 사물에 관한, 선의와 호감을 곁들인 감정의 완전한 일치라고 할 수 있을걸세.  117

미덕이 우정을 낳고 지켜주니, 미덕이 없이는 우정은 어떤 경우에도 존재할 수 없다네.  117

 친구 간의 상호 선의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삶이 어떻게 살 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자네가 마치 자네 자신과 말하듯 무엇이든 마음껏 더불어 말할 수 있는 누군가를 갖는다는 것만큼 감미로운 일이 또 있겠는가?  118

우정은 행운은 더욱 빛나게 하고, 불운은 나누고 분담함으로써 더 가볍게 해준다네.   118

우정은 큰 이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그 점에서 모든 것을 능가하는 것은 우정은 미래를 향하여 밝은 빛을 투사하여 영혼이 불구가 되거나 넘어지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라네. 진정한 친구를 보는 사람은 자신의 영상을 보는 것이네. 친구는 그 자리에 없어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네.  119

우정이 약점이나 결핍 때문에 필요한가 하는 문제 말일세. ....(중략).... 우정이라는 말은 사랑에서 파생되었는데, 사랑이란 이해관계를 떠나 선의를 맺어주는 것 아닌가.  122

(우정은 미덕과 호감에서 비롯된 것. 그리고 호감은 미덕과 정직성 때문에 품게 되는 것. 124)

 우정은 약점에서 생겨나며 우리가 소원을 이루도록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를 확보해두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정의 기원을 너무나 보잘것없고 비천한 것으로 보는 것이라네.  125

 우리가 호의를 베풀려는 것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일세. 우리가 우정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가 물질적 이익을 바라서가 아니라 우의 자체가 충분한 이익이기 때문일세. 126

 두 사람이 이런 자질을 추구하게 되면 공동의 성향 덕분에 서로 끌리고 서로 결합하게 된다네. 그리고 좋아하게 된 사람과 결합함으로써 서로 함께 하고 서로 상대방을 즐기고 사랑으로 인해 서로 성격이 닮아간다네. 그들이 서로 봉사를 요구하기보다는 점점 더 봉사를 할 각오가 되어가면서 고귀한 일에 서로 경쟁자가 된다네. 그리하여 우정에서 최대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네. 그리고 우정이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본성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은 우정을 더욱 위엄 있고 진실한 것으로 만들어줄걸세. 만약 이익이 우정의 접착제라면 이익이 사라지면 우정도 풀어질 것이네. 하지만 본성은 바뀌지 않으므로 진정한 우정도 영원한 법이지. 이것이 우정의 기원에 관한 내 견해일세.  127

 우정의 가장 큰 재앙은 대중의 경우 금전욕이고 상류층의 경우 관직과 명예에 대한 경쟁인데, 그것은 가장 친한 친구들도 철천지원수가 되게 한다는 것이었지.   128

 친구를 위하여 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네. 우정을 맺어준 것은 무엇보다도 서로의 미덕에 대한 신뢰인 셈이라네. 따라서 미덕을 저버리면 우정은 존속하기 어려울걸세.   132

 우정의 으뜸가는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하네. 친구들에게 옳지 못한 것은 요구하지 말 것이며, 친구들을 위하여 옳은 것만 행하되 부탁해오기를 기다리지 말게나. 항상 돕겠다는 열성을 보이고 꾸물대지 말게나.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충고해야 하네. 좋은 충고를 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그가 하는 말을 항상 귀담아 듣도록 하게나. 자네가 충고할 때는 영향력을 발휘하되 친구로서 솔직히, 또 필요에 따라서는 엄하게 충고하게나. 그리고 자네가 엄한 충고를 들을 때는 귀를 기울이되 충고받은 대로 행하게나.  137

 마음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것은 반기고 그 반대의 것에는 괴로워하기 마련이라네. 그러니까 현인도 어차피 마음의 고통은 피할 길이 없는 셈이네. ....(중략).... 친구 때문에 가끔은 괴로워해야 한다고 해서 인생에서 우정을 송두리째 도려내서는 안 된다네. 미덕이 근심과 번거로움을 수반한다 해서 거부되어서는 안 되는 것 못지않게 말일세.   140 

먼저 이익이 있고 우정이 그 뒤를 따른 것이 아니라, 먼저 우정이 있고 이익이 그 뒤를 따른 것이네. 142

첫 번째 견해는 친구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견해는 친구에 대한 우리의 선의는 우리에 대한 친구의 선의에 모든 점에서 상응해야 한다는 것이고, 세 번째 견해는 친구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친구의 자신에 대한 평가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네. 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 견해 가운데 어느 것에도 찬동하지 않네. 145

선한 사람은 우정에서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지킨다네. 첫째, 조금도 가장하거나 꾸며대지 않는다는 것이네. 솔직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본심을 상냥한 얼굴 표정으로 가리기보다는 차라리 드러내놓고 미워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기 때문이지. 둘째, 남이 친구를 비난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친구가 나쁜 짓을 했으리라고 의심하거나 믿지 않는 것이네. 153

자네는 친구들을 일일이 도와주되 첫째, 자네가 줄 수 있는 만큼, 둘째, 자네가 도와주려는 친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게나.  157

 되도록이면 우정에 금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정이 억지로 꺼진 것이 아니라 다 타버린 것 같은 인상을 주어야 하네. 그러나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은 우정이 심각한 적대 관계로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일세.   161

먼저 자신이 선한 사람이 되고, 그런 다음 자기와 같은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이치에 맞네.  163

내가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평가하고 나서 친구를 사랑해야지 사랑하고 나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164

첫째,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 않게, 둘째, 질책은 모욕적이지 않게 해야 하네.  168

 충고를 할 때는 거리낌은 없되 거칠지 말아야 하며, 충고를 받을 때는 참을성은 있되 대들지 말아야 하네.  169


내 거듭 말하노니, 우정을 맺어주는 것도 미덕이고 우정을 지켜주는 것도 미덕이라네. 조화와 안정과 신뢰는 모두 거기에서 비롯된다네. 그리고 미덕이 고개를 들어 제 빛을 드러내며 남에게서 똑같은 빛을 보고 그것을 알아보게 되면 그쪽으로 움직이며 남이 가진 것을 서로 받아들인다네.  175


이상은 라일리우스가 자신의 두 사위와 나눈 '우정'에 관한 이야기의 발췌다. 우정은 어쩌면 우리 삶에서, 우리의 입에서 자주 발견되고 언급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이 글은 '우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2014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