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2013년 마지막 단상

onmaroo 2014. 1. 3. 11:48
하루의 단상들...
1.  책을 읽고 있구나. 예전엔 책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그러니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 빽빽이었는데, 지금은 알려고 노력하고 생각하는 힘도 제법 생겨나고하니 여튼 좋다. 그래서 책을 읽고는 있구나 싶다. 

2.  책을 읽으니 폭은 적당히 좁아지면서도 깊이가 생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기분에 도취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3. 책도 함께 읽으면 좋다. 아이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 것. 아마도 이 모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 독서력도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물렀을 듯. 의무감이든 책임감이든 좋다.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말이다. 

4.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글을 쓴다?
    일단 책 읽기와 대화와 글쓰기가 삼단 합체쯤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 
    책을 읽고 너랑 나랑 우리가 함꼐 이야기를 나누면 내 생각 니 생각 함께 나누는 거고, 그러다보면 생각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음을 알게 되고, 그러면 나누면서 생각은 넓어지기도 깊어지기도 바로 잡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일단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가장 인간다운 일이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외롭지 않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은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들게 된 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나와 같이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더더구나 오래 기억하고 머리에든 가슴에든 새겨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글은 솔직하게 써야 내 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글쓰기는 고역 중의 고역이 된다. 

5. 글은 솔직하게 쓰자. 그리고 나답게 쓰자. 
 가끔 글을 쓰다보면 내가 아니라도 이 글은 쓰겠다 싶다. 아니면 어디 백과사전에라도 실리려고 이 글을 쓰나 싶기도 하고, 어느 훈장님이 말하듯 옳은 말만 하고 사는 사람이 말하듯 쓰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말하듯'이 아니라 '타자기를 기계적으로 두드리듯' 글을 쓴다고 해야 하나. 문학에서 '문체' (style)는 작품에 새겨진 작가의 이름과 다름없다. 이효석다운 문체, 염상섭다운 문체, 신경숙다운 문체 등. 꼭 유명 작가가 아니라도 좋다. '나'의 글에는 당연히 '나'가 담겨 있어야지. '나'다운 글. 그러려면 솔직해야한다.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이 비록 누추하고 초라하게 여겨질지언정 그걸 쓰겠다고 작정했으면 솔직하게 써야 한다. 아니면 생각을 조금 더 다듬고 쓰던가. 아니면 느끼고 생각해서 쓰고, 다시 다듬고 생각하여 쓰고.... 그렇게 생각하고 쓰고를 계속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6. 이 글을 쓰다보니 쓰려고 했던 생각들 중에 몇몇은 기억 너머로 이미 사라진 상태. 이젠 글로 남기려고 메모하고 메모하려고 메모해야 하나. 

7. 발이 너무 시리다. 올 겨울에 처음으로 이러는데, 발도 유난히 시리고, 특히 오른쪽 발뒤꿈치가 시리고, 얼마전에는 오른쪽 무릎도 시리다. 혹시 통풍은 아닐까 조금은 걱정된다. 이 참에 한의원에 들러 약이라도 한 재 지어 먹어?

8. '이 책을 추천합니다'
 선생님들께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소개해달라고 메신저로 부탁을 드렸는데, 과연 얼마나 답신을 주실까? 페북에도 올렸는데 생각보다 답글이 많지는 않다. 좀 기다려보자. 

9. 그나저나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이 좀 달라진 게 있기는 있다. 
 일을 도모하려면 크게 생각하고 멀리 바라보되 시작은 '나'부터한다. 경험에 의하면(특히 우리학교나 나나)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목적이나 취지를 크게 잡은 상태에서 일의 시작도 뭔가 거창하거나 준비된 상태에서 하려고 들면 금방 시들게 된다. 물론 일의 목적이나 취지, 의의 등은 크고 멀리 바라보는 '비젼'의 크기 정도는 되야지.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은 '나'부터 시작한다는 단독성과 민첩성을 필요로 한다. 난 이 방식이 맘에 든다. '단독성'이 '보편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김수영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도움이 됨.) 책읽기 모임이나, 학교 추천도서 목록을 만드는 일, 학교 내에서 독서와 글쓰기 문화를 만드는 일 등에 관해서는 일단 그렇다. 도모하고 기다리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나'부터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너머를 그리고 그 너머를 함께 바라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가 최근에 갖게 된 소중한 생각이다. 가정과 학교와 세상에 대해 갖게된 생각. 

10. 발이 계속해서 시리다. 진짜로 한의원에 가보련다.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기에는 아직 마흔도 안 되었는데.... 

2013년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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