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아름답지 아니한가_2013.11.25

onmaroo 2013. 11. 25. 15:59


  아름답다. 
 아침에 비가 내려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는데, 불긋 단풍잎으로 수놓아진 광경이 아름답고 예쁘더라. 
 내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말은 '아름답다'이다. 
 그 말이 쑥쓰럽지도 어색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자연의 풍경이 아름답고, 
 어느 한 순간이 감동적일 만큼 아름답고,
 사람이 아름답고, 
 인생의 어느 때쯤이 아름답고.... 
 삶이 온통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순간들이 내게도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있으니
 '아름답다'고 말할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더구나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또 있다면, 
 그래서 그걸 나누고 있다는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저쪽에서, 섭샘은 이쪽에서 이 풍경을 서로 다른 시간대이지만 바라보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너도 그렇구나.' 
  '아름다움'의 순간과 감정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면 이처럼 좋지 않겠는가.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이 되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무얼 가르칠 것인지, 가르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게 잘 알고 있으니 너희들도 이걸 배워라.'라는 식으로 그걸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건 알고 느끼고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나도 그게 어떤 것인지 잘은 모르겠어. 그래도 한번 알아볼까나.'라는 식으로 같이 배우는 심정으로 하나씩 하나씩 생각하고 고민해본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그렇다. 왠지 그 말을 쓰기에는 쑥쓰럽고 오글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뭔가를 발견하고 '우와, 아름답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줄 아는 것이 좋지 않은가. '우정'도 그러하고, '공감'도 그러하고, '배움의 즐거움'도 그러하다. 

 함께 배운 것들이 책 속뿐만 아니라 책 밖에서도 익힐 수 있으면 기쁘지 아니한가. 그리고 그걸 함께 나누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나의 벗이고 그것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학교에서 선생노릇을 하면서 이같이 배우고 나누며 산다면 즐겁지 아니한가.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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