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너는 누구고

onmaroo 2013. 4. 26. 14:37

 2

노란 색이면 개나리겠지 싶었다

처음엔 붉은 단풍나무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었다

봄 사진을 들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붉은 건 단풍나무, 분홍빛은 진달래,

노란 건 개나리겠지 싶었다

 

그런데 ‘개나리가 아닌데, 개나리가 아닌데’

실망하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꽃은 없고

잎사귀가 노랗게 봄을 물들이고 있었다

노란 건 개나리가 아니라…… ?

 

노란 건 개나리뿐인 내 머리는

두 눈보다 앞서지만

개나리 아닌 걸 개나리로 부를 만큼

아둔하고 성급하다

미안하구나, 네 이름을 꼭 불러주마

그걸 앞에 두고

한없이 작게 옹그리며 앉아

노란 그 무엇에게 약속을 한다


저편 학교 잔디밭

봄 햇살과 술래잡기하는 아이들 보며

나는 ‘너는 누구고, 너는 누구고’

한다


 _2013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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