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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가 불렀나 독수리 오형제가 불렀나
내가 놓아둔 시집 한 권*을
커다란 정일 선생이 집어든다
한쪽에서 창밖 봄 풍경에 젖어 졸고 있는 나는,
찬찬히 들여다보다
정성스레 두 손으로 펼쳐든
시를 읽고 있는 그의 모습에
순간 잠에서 깬다
마음을 들썩이며 아름답게 반짝이던 봄날의 풍경보다
시집 안에서 걸어나오는 마징가와 만나고
독수리 오형제와 만나는 그가
더 눈부신 순간이다
우주쇼보다 진귀한 장면이더라
경이로운 순간이더라
정일 선생이라서가 아니라
시가 부르는 소리를
놓치지 않고 붙잡은
그만이 가진
그 순간이
크고 아름답더라
* 정일 선생이 읽은 시집은 권혁웅의 [마징가 계보학](창비, 200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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