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노트

진서의 위로

onmaroo 2012. 3. 21. 07:21
늦은 밤, 쌓여 있는 젖병들을 삶으면서 좀 전에 있던 일이 생각났다. 

친척 형아랑 밤늦게까지 놀던 진서를 데리고 집으로 오던 길,
내가 발을 헛디뎌 살짝 삔 듯했다. 진서 앞에서 아픈 척을 했더니,

진서 다급하면서도 또박또박 말하길, 

"아빠! 아빠! 아빠 책 좋아하지?"

갑자기 웬 책 타령... 발목 아프다는데...

"응, 좋아하지. 근데 아빠 발목이 아파, 진서야..."

"그럼 책을 생각해. 그럼 안 아플거야."

피식...  

"그래도 아픈 걸."

"그럼 웃긴 걸 생각해. 서커스 같은 거."

다시 한번 피식.
아프거나 힘들 때는 자기가 좋아하거나 웃긴 걸 머리 속에 떠올리라는 건가.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걸까?
어쨌든, 다섯 살 아들이 위로한답시고 말한 것치고는... 피식...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진서를 본다.
하루하루 진서가 커간다는 느낌이 든다.
아기가 아이가 되고, 아이가 소년이 되고 소년이 청년이 되고 청년이 어른이 되고...
아기였던 진서가 어느새 '아이'가 되었고, 그래서 흐믓하고 그런데...
마음 한켠에서는 어른이 아닌, 청년이 아닌, 소년이 아닌
아이로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괜한 마음도 생기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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