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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코졸, '교사로 산다는 것' (2)

onmaroo 2011. 10. 21. 21:12

  이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히면서도 조심스럽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다루고 있는 문제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이 기존의 질서와 체제를 재생산한다는 관점에서 학교와 사회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 안에서 교사가 어떻게 올바른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지와 어떻게 그런 실천적 행동과 함께 학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조너선 코졸이 제시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사회 체제의 보수적 가치를 거짓 성스러움으로 주입하고 있는 주체들이 부정할 수 없는 인물(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거나 그들에게 날을 세우지만 그들 역시 차마 비난할 수 없는 인물)들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의 말을 인용한다면, 이 말을 두고 아이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면 된다. 또는 현실의 모습과 함께 인용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효과는 분명해진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극단적인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것은 정작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극단적'인 '표현'에 불과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또한 코졸은 이 '극단'에 대해서도 '중립'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서 있는 교사에게 일침을 가함으로써 어느 정도 '극단'이 정당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교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신념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불복종교육'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그가 제시한 '불복종 교육'의 방식과 목적에는 적극 동의한다. 또한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교실 현장에서 교사로서 애매한 '중립'이 '객관'을 위시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교사로서 '1인칭'으로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주저하거나 두려워할 일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다만 교사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료를 준비하고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생각의 진정한 자유 시장'이 학교에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기억하고 싶거든, 이 말을 기억하고 있으면 될 것 같다. (아래)

  

이 글을 쓰는 목적은 학교 제도를 없애거나 사회를 파괴하거나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창문을 열어젖히고 신선한 공기를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의 장을 통해서 말이다. (145~146쪽)

 그밖에 책갈피...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헬렌 켈러가 '보는' 법을 배웠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그녀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그녀가 '말하는' 법을 배웠다고 알려주지만, 무엇을 말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60~61쪽)

-헬렌 켈러의 말 :

"이 사회는...... 개인주의, 정복, 착취......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이렇게 그릇된 기본 원칙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회 질서는 틀림없이 모든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방적공장이나 탄광의 산출량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인간을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름뿐이다. 우리가 투표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구별되 안 되는 비슷한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일 뿐인데."

교사와 학생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큰 사안에 직면하면 차근차근 작은 투쟁부터 시작하려는 자발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와 우리 학생들이 하는 투쟁은 한편으론 그 가치에 의해 다른 한편으론 실현 가능성에 의해 평가된다. 문제가 될 만큼 큰 투쟁이면서도 해낼 수 있을 만큼 작은 투쟁이어야 하는 것이다. (113~114쪽)

더 큰 악을 없애기 위해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을 자책감에서 해방시켜 세상을 덜 고통스럽고도 덜 불공평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보람되고 만족스런 투쟁의 첫 걸음이다. 이것이 죄책감과 자유를 구분짓는 차이다. (114쪽)

 '나쁜 것을 주입하는 교육'에 대한 윤리적 대응이 '좋은 것을 주입하는 교육'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유일한 대응책은 주입을 하지 않는 것이리라.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그 답이다. (132쪽)

 '생각의 진정한 자유시장' (133쪽)

아이들의 정신을 무책임하게 세뇌시키는 공립학교의 행태를 비난해온 교사가, 아무리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이들에게 자신의 배타적 신념 체계를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교사가 단지 학교의 편견에 맞서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자신의 정치적 신조로 전향시키기 위해 학급을 이용한다면 심각한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좋은 의도로 '불복종 교육'을 받은 뒤에도 학생들이 학교의 편견과 교사의 저항 이외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복종을 실천할 어떤 수단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134쪽)

  교사는 첫째 허위선전과 압제, 부당한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째 교사가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피력하기 훨씬 이전부터 학생들에게 모든 논쟁 방법과 전략을 알려주기 위해, 셋째 학생들이 교사의 반대의견을 또 반박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실제 데이터와 모든 가능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135쪽)

 교육은 중립적이지 않다.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