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골목길 20140119

onmaroo 2014. 1. 20. 14:32


 골목길이 좋을 때가 있다. 어릴 적에는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좋았고 좁다란 골목길을 지날 때 나는 묵은내가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부터 골목길에 어린 추억이나 기억은 새로 생겨나지 않았다. 어쩌면 내 어린시절마저 떠올리게 하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도, 소리도 들리지 않고나서 그런지 모른다. 
 밤에 잠을 잘 안 자는 편이라,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가끔씩 밖에 나가본다. 때로는 골목 어귀에 서 있어 고요하고 아늑하기까지 한 골목길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간혹 지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나를 경계하며 지나간다. 옆집이며 저 편의 집이며 누가 살고 있고 누구 엄마이며 누구 형, 동생, 누나인지도 훤히 잘 알던 때는 이미 지났고, 그저 으슥한 골목에 서 있는 낯선 남자가 자기 집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무섭고 겁이 나는 일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아내도, 아이들도 잠든 밤이나 새벽에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질 때쯤 한번쯤 집 앞 골목에 나가본다. 그러면 '골목길'이라는 어감이 주는 작고 소박하고 아늑한 느낌은 여전하다. 마치 잃어버린 걸 새삼스레 깨닫고 잠시나마 되찾는 기분이랄까.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그래서 예전에는 더없이 사람 사는 기분이나 내음새 나던 골목길을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많은 나이도 아닌데도 그리운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그리고 작고 소박한 것들에 대한 애정이 더없이 생겨난다. 너무 큰 것들을 바라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거창하게 삶을 살아내려고 해서 그런가. 그저 작고도 소박하더라도 내 옆에 있었고 혹은 내 옆에 있는 것들이 내 삶의 결을 곱게 어루만져주는 기분은 아주 예전에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엄마 품을 찾아 들어가던 겨울날 새벽녘의 그때처럼 그립고 좋기만 하다. 
 20140119 onma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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