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이놈들, 딱 걸렸어. /20140117

onmaroo 2014. 1. 20. 12:57



 아이들이 오줌은 눈다. 이놈들, 딱 걸렸어!
 왜 거기다 오줌을 누냐고 묻자,
 땅이 너무 말라 보여서 그랬다느니, 나무에 물을 줘야 한다느니
 나름대로 이유를 댄다.

 사실 어린시절 친구들과 한참을 놀다 오줌이 마려우면, 남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벽이나 나무에다 오줌을 누기도 했다. 한 녀석이 오줌을 갈긴다 싶으면 다른 녀석들도 합세한다. 그리면 누가 벽에다 높이 또는 옆으로 넓게 싸나 시합이라도 하기 시작한다. 서로 큭큭대며 시작한 시합은 너무도 짧게 끝나고 누가 이겼다라고 할 것 없이 오줌발이 줄어들면 바지도 대강 올린 채 다시 놀이에 빠진다.
 
 요즘 아이들이 노는 풍경은 우리 때와 다르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찾기가 쉽지 않고, 저녁 때가 되면 엄마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밥 먹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풍경도 이젠 없다. 학교가 끝나면 신발도 벗지 않고 가방만 집 안으로 던져 놓으 채 밖으로, 동네 골목이며 공터로 나가면 친구들이며 헝아들이며 그득했던 풍경도 없다. 그저 아이들이 함께 놀려치면 엄마들끼리 카톡으로 어느 놀이터에 몇 시에 만나 아이들을 놀리기로 약속을 잡아야 한다. 아니면 집 거실에 혼자 앉아 말없는 장난감이나 엄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내면서 같이 놀아달라는 표정으로 가끔씩 엄마나 아빠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래도 핸드폰도 없이 로보트 하나 없이 놀이터에서 지들끼리 뭔 놀이를 만들어 낄낄대며 뛰어나니거나 이렇게 남자 아이들끼리 한 데 모여 오줌을 갈기며 좋아라하는 모습을 보는 건 반갑기만 하다. 어린 시절 내가 겨울에도 땀 흘리며 이름도 가물가물한 친구 녀석들과 뛰어 놀며 그러던 것을 보는 것 같아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이 손에 들린 장난감, 핸드폰 하나 없이도 마냥 재밌게 뛰어 노는 시간 만큼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 노는 시간과 공간. 엄마가 그만 집에 가자고 해도 못 들은 척 정신없이 놀이터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게 지금은 정해진 시간과 공간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20140117 onma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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