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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관하여'(키케로, 천병희 역, 숲, 2005)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저자키케로 지음출판사숲 | 2005-06-30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노인-은 있어도 -원로-는... 내가 생각하는 학교, 수업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우정'이다. 사실 친구 사이의 우정이란 머리 속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또는 교사가 가르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삶 속에서 이미 느끼고 배우고 있는 가치이다. 하지만 때로는 '우정'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울타리는 견고해지고 누군가는 소외되기도 하기에, '우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은 중요하다. 우정에 관한 글로 우선 두 가지를 찾아 읽는다. 먼저 이반 일리치의 '우정에 대하여'란 글. 일반적인 우정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그의 말처럼 '테크놀로지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인간관계를..

메모노트 2014.01.21

골목길 20140119

골목길이 좋을 때가 있다. 어릴 적에는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좋았고 좁다란 골목길을 지날 때 나는 묵은내가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부터 골목길에 어린 추억이나 기억은 새로 생겨나지 않았다. 어쩌면 내 어린시절마저 떠올리게 하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도, 소리도 들리지 않고나서 그런지 모른다. 밤에 잠을 잘 안 자는 편이라,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가끔씩 밖에 나가본다. 때로는 골목 어귀에 서 있어 고요하고 아늑하기까지 한 골목길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간혹 지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나를 경계하며 지나간다. 옆집이며 저 편의 집이며 누가 살고 있고 누구 엄마이며 누구 형, 동생, 누나인지도 훤히 잘 알던 때는 이미 지났고, 그저 으슥한 골목에 서 있는 낯선 남자가 자기 집 ..

사진첩 2014.01.20

이놈들, 딱 걸렸어. /20140117

아이들이 오줌은 눈다. 이놈들, 딱 걸렸어! 왜 거기다 오줌을 누냐고 묻자, 땅이 너무 말라 보여서 그랬다느니, 나무에 물을 줘야 한다느니 나름대로 이유를 댄다. 사실 어린시절 친구들과 한참을 놀다 오줌이 마려우면, 남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벽이나 나무에다 오줌을 누기도 했다. 한 녀석이 오줌을 갈긴다 싶으면 다른 녀석들도 합세한다. 그리면 누가 벽에다 높이 또는 옆으로 넓게 싸나 시합이라도 하기 시작한다. 서로 큭큭대며 시작한 시합은 너무도 짧게 끝나고 누가 이겼다라고 할 것 없이 오줌발이 줄어들면 바지도 대강 올린 채 다시 놀이에 빠진다. 요즘 아이들이 노는 풍경은 우리 때와 다르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찾기가 쉽지 않고, 저녁 때가 되면 엄마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밥 먹으라고 고..

사진첩 2014.01.20

2013년 마지막 단상

하루의 단상들... 1. 책을 읽고 있구나. 예전엔 책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그러니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 빽빽이었는데, 지금은 알려고 노력하고 생각하는 힘도 제법 생겨나고하니 여튼 좋다. 그래서 책을 읽고는 있구나 싶다. 2. 책을 읽으니 폭은 적당히 좁아지면서도 깊이가 생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기분에 도취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3. 책도 함께 읽으면 좋다. 아이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 것. 아마도 이 모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 독서력도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물렀을 듯. 의무감이든 책임감이든 좋다.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말이다. 4.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

단상노트 2014.01.03

2학기 인문고전 독서반 마지막 모임

1학기에 이어 인문고전 독서반 2학기 마지막 모임. 마지막에 읽은 책은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 2002). 이 책은 몇 년전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아침시간에 짬짬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그때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모두 녹음이 되어 팟캐스트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모임에서는 종로의 세미나실을 빌려 3시간 가까이 토론까지 벌였고, 그때 아이들과도 꼭 한번 읽고 싶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일이 이루어졌다. 인문고전 독서반 2학기 모임을 마치는 자리라 학교를 벗어나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찾다가 정동길에 새로 자리를 잡은 '넛지살롱'을 찾았다. 페북을 통해 알게 된 곳으로, 까페라기보다는 책과 사람과 커피가 함께 있는 인문공간이라고..

메모노트 2013.11.29

10월~11월 독서, 2013

인디고 연구소, 지젝은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진주의적 철학자로, 그의 책은 난해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평이 나 있다. 그러한 평가 자체가 그의 책을 사서 읽기 어렵게 만들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터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의 사상 자체에 대한 각론 수준의 내용이라 생각보다 읽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책이다. 왠지 다가갈 수 없는 사람에게 다가간 느낌. 책의 내용은 공동선에 대한 추구와 희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어렵지 않은 표현들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생각의 틀이 조금씩 비틀려 열리는 느낌을 주어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다. 아이들하고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지젝, 오래 전에 사 두었지만 책꽂이에서 책 제목만 수십 번 바라봤던 책..

메모노트 2013.11.26

'자유'란 주제로 함께 읽기

인문고전반에서 읽은 책 중에서, 존 스튜어트 밀 라 보에티 조지 오웰 , 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모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으로, 고전으로 불리는 것에 비하면 내용이 반복되는 면이 있고 그 주제만 잘 파악하면 고등학생이 읽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자유'란 가치에 대해 원론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은 18세의 나이로 라 보에티가 절대군주의 폭정이 가능한 이유를 민중들의 노예근성 또는 자발적 복종을 언급한 점에서 '자유'의 억압이 외부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자유'의 가치를 망각하게 된 민중들 내부에 그 이유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군주의 술책이 어떻게 민중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

메모노트 2013.11.26

아름답지 아니한가_2013.11.25

아름답다. 아침에 비가 내려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는데, 불긋 단풍잎으로 수놓아진 광경이 아름답고 예쁘더라. 내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말은 '아름답다'이다. 그 말이 쑥쓰럽지도 어색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자연의 풍경이 아름답고, 어느 한 순간이 감동적일 만큼 아름답고, 사람이 아름답고, 인생의 어느 때쯤이 아름답고.... 삶이 온통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순간들이 내게도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있으니 '아름답다'고 말할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더구나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또 있다면, 그래서 그걸 나누고 있다는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저쪽에서, 섭샘은 이쪽에서 이 풍경을 서로 다른 시간대이지만 바라보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너도 그렇..

단상노트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