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돌층계>(유경환)를 읽고 메모.
우리는 인생을 너무 쉽게 살려고만 허둥거리며 살아 왔다. 차근히 한 층, 한 층 밟아야만 할 과정을 다 밟고 올라가는 성실한 사람을 오히려 어리석게 여기는 눈길로 바라보거나, 또는 약삭빠르게 잔재주로 앞지르려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눈길로 바라보았었다. 얼마나 높게 오르느냐 하는 것만을 고개 들어 쳐다보았기에 쉽게 오르려 했었다. 남보다는 조금 더 많이 오르려는 욕심 때문에, 남을 제치거나 딛고 올라서려 했었다.
끝이 있는 삶의 계단에 얼마나 높게,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 하는 것이 별로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이제야 힘이 드는 나이에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립 중앙 박물관의 높은 돌계단이 보이지 않는 손짓으로 내 삶의 성실성을 시험해 보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야 내 삶의 계단을 얼마쯤 올라서서 지금 내가 선 곳이 어디쯤인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수없이 많은 층계를 밟아 오르면서 과정을 무시하지 않고 얼마나 차근히 제대로 발을 옮겼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다리에 힘주고 무릎을 짚어 가면서 이마의 땀을 씻게 되니, 한 층, 한 층 올라 딛고 서는 그 힘겨움에서 과연 얼마나 보람을 느꼈었는지 이제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나 비틀거렸는지, 얼마나 숨차게 헐떡이며 남을 밀쳤는지, 몇 번이나 헛디딜 뻔했는지, 또 뒤에서 남 보기에 흉하도록 갈 지자로 왔다 갔다 했었는지...... 그것을 헤아리는 동안 내 그림자가 길어진다.
-유경환 수필 <돌층계> 중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도 괜찮다.
성실함은 평범하면서도 훌륭한 성품이다.
그 성실함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하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메모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질문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 (0) | 2023.05.13 |
---|---|
<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사이토 다카시) (0) | 2022.02.09 |
<떨림과 울림>(김상욱), 과학책 읽기 /마구독서 (3) | 2022.02.01 |
책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0) | 2021.12.12 |
<논쟁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마구독서 (0) | 2021.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