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 3

하루를 같이 살아가기

​ 1. 수요일 아침인데도 교무실이 조용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수요일 1교시가 공강인 경우가 많아 수요일 아침이면 늘 교무실 수돗가가 북적였는데 말이다. 혼자 조용히 커피를 내리다 어느 한 선생님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무슨 문제나 고민 때문인지 얼굴이 어둡다. 이유는 묻지 않고 있다. 때로는 그게 배려가 될 수 있기에.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말없이 건넸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2. 사람들은 큰 일을 겪고 있을 때 어제와 같은 일상을 지속하기 어렵다. 너무나 절박하고 슬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절박함과 슬픔 부족'과 같은 자책감 또는 죄책감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모질기만 한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른 채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도 밥이..

단상노트 2015.06.10

교사에게도 친구가 필요해.

엄기호의 (따비, 2013)를 읽었다. ​ 책을 읽고 나면 머리에, 가슴에 남겨두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기억력이 부족하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야 '남는다'. 1. 이 책은 현재 우리의 교육현실을 '폐허'로 바라보고 있다. 책의 시작부터 교사로서도 그저 씁쓸하면서도 충격적이다. '학교 붕괴', '교육의 위기' 등은 많이 보았지만, '폐허'라는 단어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교사인 내가 설 자리를 부정하는 느낌마저 들어서였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희망을 이야기하기를 바랐다. "희망은 그 폐허에 대한 응시에서 나온다. 나는 그 폐허를 같이 응시하며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싶다." ('책을 내며' 중) 다행인지 머리말에 이 구절이 나왔을 때 안도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희..

메모노트 2015.06.05

교사로서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1. 아이들과 독서모임을 하던 중, '교육 불가능성'에 대해 말을 하게 되었다. '교육 불가능성'은 이계삼 선생이 한 말인데,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바로 한 아이의 반론이 제기되었다. "선생님, 희망은 있어요. 그건 선생님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아차, 내 말이 오해를 낳았다. 먼저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설명하지 않은 게 잘못이다. 희망이 없다거나 무기력함과 체념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는... 아마 이 말이 생각이 났더라면 더 좋았을걸. "희망은 그 폐허에 대한 응시에서 나온다."(엄기호, 중)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읽은 책에서 언급된 것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또한 내가 그 취지는 이해하..

단상노트 2015.06.01